08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

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이 팀장님은 나만 싫어해!”


벽 너머로 스치듯 들리는 한 마디에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순간 잘못 들은 건가 싶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해봐도, 방금 자신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탕비실 안에는 서러움에 흐느끼는 디자인팀 최 사원이 누군가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는 듯했다.


등골이 서늘한 기분이 들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번개처럼 지나가는 생각들을 주워 담아 보았다. 그동안 학교 선배 겸 직장 사수라고 깍듯이 대하던 최 사원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챙겨줬으면 더 챙겨줬지 직장 내 따돌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그였다. 하지만 왜 그러한 관심이 이렇게 되돌아온단 말인가.


아마도 오전에 있었던 회의 탓이 클 것이라 예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러한 발언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보였다. 몇 시간 전, 다음 달의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에 대한 안건으로 두 시간째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회의를 진행 중이었던 그는 최 사원이 가져온 아이디어를 속으로 무척 마음에 들어 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더 보완해서 최종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코멘트를 쏟아낸 후에 점심시간을 얼른 시작하고자 했던 것이다. 배고픔에 집중력을 잃어가던 다른 팀원들은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해당 수정안을 최 사원이 담당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바로 그 사건으로 자신을 오해하게 되었다니, 조금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쉽사리 팀원과의 관계를 접근해서 풀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괜히 젊은 꼰대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 텐데 자신이 벌써 그런 꼰대가 되어버린 것인지 돌아보면서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아야 했다. 오후에 쌓인 업무량이 만만치 않았지만 신경이 다른 곳에 있어서인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이유가 뭘까. 어떤 것이 싫다고 했을 때 그게 무슨 의미일까.


특정 생각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데에는 두 가지의 관점이 있다고 한다. 맞다/틀리다 라고 나뉘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좋다/싫다 라고 나뉘는 관점이 있다. 만약 두 가지의 관점이 충돌을 하게 되면 누군가는 틀리다고 생각해서 한 이야기가 본인을 싫어해서 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그것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인지 상사가 본인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일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 것이 배려가 아닌 독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중앙 관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오해를 사게 되는 일이 있을 땐 그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 역시나 누군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이 두려웠고, 거절감에 덴 경험으로 인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할 때의 불안감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상대방이 결국 갖고 있는 숨겨진 이유는 당신이 나를 싫어할까 봐 라는 아이러니가 숨겨져 있다. 스스로 거절당하기 전에 먼저 거절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당한 미움이 없듯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없는가 보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냥 오이가 싫은 거니까.


오늘따라 편식하는 자기 자신조차 마음에 들지 않을 만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도 알겠고,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도 해본 그였지만. 그저 사랑받고 싶은 데에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저 한번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오늘도 상사와 직원 사이에서 힘겨운 씨름을 하는 이 팀장의 숨겨진 바람이었다.

keyword
이전 07화07 미안함의 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