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고 시작하는 사업 '아이디어 제안서' 작성 (2)
상 받고 시작하는 사업 '아이디어 제안서' 작성
(이 글은 아이디어 공모전&사업 공모전에서 써먹는 제안서 작성하는 법과 관련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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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 어떻게 해야 내 아이디어를 궁금해할까? (현재 글)
5. 디자이너니까 가능한 제안서 200% 업그레이드(링크)
6. 내 기획서에 바로 적용 가능한 꿀팁 N가지(링크)
내 친구 중에 지수라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 지혜라는 친구와 싸웠다고 한다. 그냥 가벼운 말다툼이었는데 말하다 보니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고. 그러고 보니 지혜는 말을 좀 사납게 하는 경향이 있었다. 뭐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은 이제 보지 않는다고 한다. 끝.
왜일까?
(1) 당신이 읽으러 온 '아이디어 제안서 작성법'이라는 꿀팁과도 상관없고
(2) 두 사람의 싸움이 당신에게 중요한 일도 아니고
(3) 당신은 내 친구 '지수', '지혜'와 아는 사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나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지수, 지혜가 있다면 모르겠다.)
그러니까 당신은 위 시시한 싸움 글에 관심이 없다.
대부분 자신과 관계없다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90% 이상의 사람들은 아이디어 제안서를 쓸 때 본인에게만 중요한 얘기를 하게 된다. 즉, 제안서를 읽는 상대방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당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을 심화해서 보도록 하자. 사실 나는 이번 글이 제안서의 모든 파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제안서를 쳐다보게 하지 않으면, 그 어떤 내용이 담겨 있어도 모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2가지 아주 아주 쉬운 개념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
명분은 구실을 말한다. 실리는 실제로 얻는 이익을 말한다.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자. 어떤 브랜드에서 밸런타인데이 기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밸런타인데이 기념'은 명분이다. 할인 행사가 실리다. 할인 행사를 통해서 재고를 없앤다던가, 브랜드 인지도를 넓힌다던가, 하는 내부적인 요인이 있다. 정말로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브랜드들은 할인 행사를 열기 위해 호시탐탐 기념일만 기다리고 있다.
공모전에도 명분과 실리가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공모전 제목이 기상천외 아이디어 공모전이라고 해서, 진짜로 생전 처음 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분들이 있다. 아이디어 공모전은 명분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많은 공모전이 그렇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의 포인트는 파급력 있는 '일자리 창출'였다. 실리는 따로 있다. 우리는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잡아주면 된다.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전은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 있다. 'PP지역'에서 공모전을 열었다면 PP지역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무역 담당 부처에서 열었다면 무역을 통해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우선이다. 해외에서 먹힐만한 아이템을 내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실버 세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가정하겠다. 실버 세대의 문제점을 잠깐 생각해보자. 고용 불안정이 될 수 있고, 사회적 소외(외로움)에 관한 내용이거나, 노인 경제 빈곤에 대해서 일 수도, 교육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 공모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목적으로 이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게 되었을까? 이 목적이 실리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바로 알지 못한다. 답은 아주 쉽다. 담당 기관을 살펴보면 된다. 그리고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찾아낸 걸 내 아이디어와 연결시켜 '직접적으로' 언급해주면 된다.
(1) 홍보물을 자세히 읽어보고 (2) 담당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3) 공지사항 목록 등에서 중요하다고 스크랩해놓은 기사를 찾아보고 (4) 신임 대표의 인사말이나 비전을 살펴본다.
감히 장담하는데, 공모전에 참여하는 70% 이상의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지도 않는다. 더 놀랍게도 공고 포스터나 홍보물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그냥 내가 생각해낸 신박한 아이디어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 더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위에 써놓은 방식으로 명분과 실리의 키워드를 모으면 된다. 스크랩해놓은 기사에서는 최근에 이 기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신임 대표의 인사말이나 비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영혼 없는 뻔한 말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키워드들을 활용하면 내 제안서를 더 들여다볼 명분을 만들어 준다.
결국 제안서도 남이 읽는 거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관심이 간다.
아까 들었던 예시를 다시 들고 와보자. 실버 세대의 문제점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고용노동부 관련 기관에서 이 일을 진행한다면? 높은 확률로 일자리 창출, 노인 빈곤 해결, 일자리 복지에 관한 내용 등이 이슈일 것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 기관의 새로운 이슈를 살펴본다. '오 요즘엔 실버세대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에 포인트를 가지고 있네?(아주 간략히 예를 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 B, C 같은 사업을 같이 하고 있구나!' 그럼 내 아이디어를 이 사업과 연결시켜서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는 글을 읽는 여러분이 명분과 실리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고, 공모전 담당 기관의 핵심 키워드도 파악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시작한다.
'문제 나열'이 아니라 '문제 인식'
환경 분석 - 문제 인식으로 이어지는 제안서 파트에서 사람들이 실수하는 것이 있다. 바로 문제를 그냥 나열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현상을 나열하는 것이다.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예시를 들어보겠다. 내가 만약에 XX초등학교 아이들의 신체 성장을 위한 균형 잡힌 건강식 구독 서비스를 기획한다고 생각해보자. 자, 최근의 아이들의 건강 척도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문제 파트에 이용하려고 한다.
그럼 대부분 문제 파트를 이렇게 짜게 된다.
(1)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는 XX초 아이들(보건소 검사 결과 등)
(2) 요즘 많이 팔리고 있는 불량식품들(기사, 취재 등)
(3) 성장하지 않고 비슷비슷한 키(검사 결과 등)
(4) 급식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인터뷰, 설문조사 등)
정확히 얘기하면 위처럼 작성하면 문제 인식이 아니라 문제 나열이 된다. 열심히 조사한 결과이다.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아이들에게 닥친 팩트를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조사한 게 아까워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줄줄이 설명한다.
위와 같은 예시에서 문제 인식 파트를 작성해야 한다면 왜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는지, 왜 불량식품이 인기 있는지 등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자의 판단'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앞서 보여줬던 아래 그래프처럼 진짜 문제로 좁히고, 우리가 달성코자 하는 목표를 만들 수 있다.
앞의 예시를 어떻게 하면 문제를 좁혀나가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대화체로 풀어서 속으로 최소 3번은 '왜?'라고 물어보자.
답: 영양 불균형에 시달리는 아이들(보건소 검사 결과 등)
문: 왜?
답: 요즘엔 급식 대신에 학교 근처에서 파는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는대.
문: 왜?
답: 아이들이 급식을 맛없다고 생각하고 회피하는 것 같아.
문: 왜?
답: 늘 메뉴가 비슷해서 일까? 좀 질려하는 것 같아.
...
아이들에게 다양한 반찬 구성으로 영양을 케어할 수 있는 식사 서비스는 없을까?
이 내용은 내 아이디어가 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꼭 영양 불균형이 식사 서비스 구독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아마 내가 적은 것보다 훨씬 깔끔하게 문답을 이어갈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 근접할 때까지 왜?라고 물어야 한다.
문제를 문제답게, 심각하게.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 등을 함께 표현해서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1) 이 문제는 너의 문제이기도 해! (영역)
(2) 근데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어. (시간)
(3) 다른 것들과 비교해봤을 때도 엄청 두드러져! (비교)
양치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양치 하라고 얘기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1) 자꾸 양치 안 하면 너 나중에 치과 가야 된다? (영역)
(2) 전에는 까먹을 때만 안 하더니 점점 자주 그러네? (시간)
(3) 다른 또래 친구들은 깨끗하게 잘 양치하고 다니는데... (비교)
제안서 작성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이런 개념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럼 자세하게 봐보자.
앞서 설명한 명분과 실리와 연결되는 얘기다.
내 아이디어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질시켜 거짓말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로지 공모전에 붙기 위해서 새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관에서 원하는 키워드를 붙여서 아이디어를 작성해도 좋다. 그게 아니라 내 사업이나 아이디어가 이미 있다면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 내 아이디어를 확장시켜서 겹치는 부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실버세대의 문제 해결 아이디어 공모전을 다시 꺼내보자. 이 중에 내가 건강주스 사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그럼 이 아이디어가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 어딘지 살펴보는 것이다. 사업이 더 승승장구했을 때의 기대효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을 덧붙여줘도 된다. 아니면 아이디어 실현의 세부계획에서 일자리 창출시킬 수 있는 부분을 더해주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풀라는 뜻은 아니다. 아무리 찾아도 내 아이디어와 겹치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면, 다른 공모전을 찾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생각보다 이 단계가 중요하다. 막상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어디서나 할법한 당연한 얘기뿐이라도 놓치지 말고 모두 모아 두자. 앞으로의 제안서 작성에서 다양하게 써먹을 키워드다.
지금 당장 집에 불이 나고 있다면? 불길이 번져서 집이 완전히 타버리기 전에 얼른 불을 끄러 갈 것이다.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음 강조하는 것이다. 만약에 문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표현하기 힘들 때는? 앞으로의 피해상황을 예측해서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봤을 때 문제가 크고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자살률 자체만을 두고 봤을 때는 사람들이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자살률과 비교해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란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그 자체로는 문제로 안 느껴질 수도 있다.
정상이 있기 때문에 비정상이 있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문제를 상대방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보장은 없다. 문제는 만들어야 한다.
이다음 파트에서는 문제를 바탕으로 내 아이디어를 더 진정성 있게,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lan_toa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