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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인한스푼 May 22. 2018

삶은 누군가에겐

풍경이 된다.

삶은 누군가에겐 풍경이 된다.


여행지를 떠나면서 지나치는 시골풍경을 바라볼 때면 심심찮게 생각에 잠기게 된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시골 생활  20년, 도시 생활  20년 절반씩을 살아온 내 인생에서 시골에서의 삶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일터에서  일하고 있는  풍경을 대면할 때면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진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시골은 농사만이 삶의 이유였고, 어른들의 고된 노동은 내 마음을 늘 아프게 했다. 나의  유년시절은  친구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사춘기에는 시골 태생이 한스럽고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서울에 있는 친척 집에 갈  때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곤  했다.  낮잠을  괴롭히던  파리도  살을  깨물던  모기도  없고, 일하는 풍경은 더더욱 볼 수 없는 서울의 풍경은 지상 낙원 그 자체였고, 성년이 될 때까지 도 그곳의 생활을 꿈꾸며 살아왔다. 



고된 농사일


지금이야 농기계도 진화되고, 편안한 자연을 꿈꾸며 귀농을 하기도 하지만, 그때의 농촌 생활에서는 기계보다 수작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대가족이 모여서 일을 해야만 했다. 어린 동생과 함께 나락(벼)을 베러 가는 그 길부터 공포가 시작된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끝도 없이 펼쳐진 논에서 쉬지 않고 일하는 패턴을 너무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낫에 손끝을 베인 동생을 보면서 화가 날 때쯤, 큰아버지가 한 말씀 하셨다. 
“지금은 이 일을 왜 해야 하나 하겠지만 너희가 크면 이 농사의 경험이 큰 가치가 될 것이다.”

그때 그 말씀은 신기하게도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시골 일에 비하면 어려울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시골에서의 삶은 오히려 감사함마저 들게 했다. 그렇게 어른들의 흉내를 곧잘 냈던 나도 세월이 흘러 어느새 부모가 되었다. 


“엄마 걷는 게 힘들어”,  “엄마 태양이 따가워서 화가나.”태어나면서부터 과잉보호로 길러진 탓에 참을성을 알 리가 없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줘야 하나 순간 고민된다. “태양이 뜨거워서 너무 힘들지? 엄마도 너만 할 때가 있었어. 그때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을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미소는 일하는 게 아니라 놀러 가는 길이잖아? 그러니 견딜 수 있겠지?” 이렇게 조곤조곤 대답을 해주면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더는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비가 오지 않을 때면 논밭에 물을 댈 수 없어서 가뭄을 걱정하시고, 태풍이 불면 벼가 쓰러질까 봐 한숨을 쉬고, 벌레 먹는 고추에 농약을 쳐야 하고, 참새가 쪼아 먹을까 봐 허수아비와 사람도 세우고, 벼가 익는 걸 방해하는 잡초를 뽑고, 벼를 말려 부대에 담아 바짝 마를 때까지 반복하는 일상. 매년 변함없는 일상에서 여유를 갖고 제대로 살 수 있는 계절은 오히려 겨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무한 반복되는  20년의 세월을 보냈다. 


새싹이 나고, 여름을 견뎌내고, 추수한 양식으로 겨울을 살아내고, 어른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자연이 주는 사계절을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면서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감성과 아름다움은  자연스레  나의  수묵화와  캘리그라피에  담기게  되고,  그것을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큰아버지 자전거_ 캘리그라피 먹그림 작품

그  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본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큰아버지. 흔들거리는 고물 자전거를 끌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읍내를 오가셨던 모습이 떠오른다. 검소하게 사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분의  인생이  사랑스러워서  전시  작품으로  표현해  보았다.  그것은 추억이지만 그리움이고 감사이며 내 인생의 보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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