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움에 반하다
사람들이 가로수가 줄지어 선 인도를 따라 걷는다.
금이 가고 고르지 못한 길을 걷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게 밖에 진열된 다채로운 꽃과 식물 화분은 주인을 기다린 듯한 분위기다.
개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 유아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춰 윈도쇼핑을 하는 사람들.
저마다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다.
어차피 완벽한 삶은 없으니 이프로 부족한 듯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한 여유로움이다.
나는 느낌이 와닿는 카페에 들어가 따듯한 카페라테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한다.
그리고 거리의 벤치에 봄햇살을 등지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좋다.
점점 더 좋아진다.
며칠 전에 본 어느 소도시의 거리 풍경이다.
오후 세 시의 햇살 산책은 쌓인 피로를 풀어준 회복제 같아서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오후 약속이 가능한 사람이 좋다.
이를테면 오후 세 시쯤 만나 산책하고 좀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우리 좀 더 걸을까?
그래 걷자.
날씨가 좋을 땐 다시 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대화한다.
물론 상대방에 따라서 일정은 달라진다.
흐릿하게 보인 주변의 풍경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루의 임무를 마친 자연 풍경에게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한다.
내일은 어떤 형태의 기쁨을 가져올지 기대가 되고 은근히 설레기도 한다.
그저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할 뿐이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마신 커피 컵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데 지나가는 자동차의 요란함이 들린다.
운전자는 지나가는 사람을 큰소리로 부르며 손을 흔든다.
서로 잘 아는 동네 사람들인 거 같다.
휙 지나간 자동차의 뒤꽁무니를 향해 개가 짖는다.
언뜻 보니 주인 옆에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다가 사람들 소리에 깜짝 놀라 약간 짜증이 난 표정이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꿀잠 자고 있는데 눈치 없이 확 깨우는 사람 말이다.
밉상이긴 하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리라 짐작을 하기에 대놓게 미워할 수도 없다.
킥보드를 타고 울퉁불퉁한 인도를 가로지르는 이이들이 보인다.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마다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어디 그뿐일까.
바로 옆 마트 입구에선 장바구니에 저녁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벌떡 일어난 나는 잰걸음으로 저녁을 맞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