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피어난 사월의 만남
그대와 나.
오래전 그날, 그렇게 만났습니다.
만개한 벚꽃 사이로 우아한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
그대 유머 감각이 없어도 진실이 담긴 대화의 깊이에 퐁당 빠져버렸던 나.
귀엽게 웃는 모습 혼자만 보고 싶다며 소심하게 내뱉고 빠르게 도망가던 그대.
서로의 첫인상은 별다른 조건 없이 사월의 만남을 허락하고 말았죠.
흔한 이벤트 같은 절차마저도 생략한 채.
그대와 나는 삶의 여행에 나란히 탑승합니다.
늘 혼자이던 나의 시간표에 이내 자리를 내어주고 어디서 왔는지 더는 묻지 않습니다.
알콩달콩 하나가 된 일상을 나누며 그대 나지막한 숨소리에 귀 기울여 반응합니다.
살다 보면
때론 원치 않는 환경을 만나고
때론 뜻밖의 행운을 만나곤 하지요.
언제부턴가
여백이 많아진 일정표가 신경 쓰입니다.
남은 여행이 불안하였던지
다정다감하던 그리움을 슬쩍 소환하여 쓸쓸한 시간 위에 포개어 놓습니다.
그러곤 말없이 피식 웃어보지만, 자꾸 힘이 빠집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대화가 사라지고 웃음이 사라져 가는 게 요즘 유행인가 봅니다.
어쩌겠어요.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일까 싶어 기다리는 중입니다.
삶의 여행이 어디만큼 와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말하지 않아도 운명처럼 사는 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