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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벚꽃 웃음

아이들을 웃게 하기란 클수록 어려운 법이다. 아기 때는 눈 마주치고 '올롤로~까꿍' 정도만 해도 금방 까득까득 웃는다. 좀 더 자라 어린아이 때도 사탕 하나, 조그만 장난감, 아니면 돈 원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을 웃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애들 정도 나이가 되면 난이도가 좀 높아진다. 나름 웃긴 얘기를 해도 '뭐임?', '그 유머 무엇?' 같은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고, 웬만한 용돈에는 별로 기뻐하지도 않는다. 말을 붙여도 나와 눈 마주치기보다 스마트폰에 시선이 쏠려 있기 일쑤다.


요즘 아파트 단지 나무에 꽃이 많이 피고 있다. 가끔 우박이 내리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산수유꽃으로 시작한 봄꽃 릴레이에 이제 목련꽃도 , 벚꽃도 참여하여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 활짝 꽃 핀 벚나무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벚꽃의 시선은 보통 아래를 향한다. 작은 꽃들이 이미 지나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니 금방 까르르 소리 내어 웃는 것 같다. 벚꽃은 아기의 웃음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목련은 좀 다르다. 그 아래에 서보면 목련꽃들은 보통 하늘을 향해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나와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목련꽃은 다 큰 애들 같은 꽃이다. 가슴속에 있는 자기만의 세상을 향한다.

아이들과 쉽게 웃을 수 있을 때, 같이 많이 웃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건 지나고 보면 안다.


벚꽃은 다음 주면 흐드러지게 필 것이다. 벚꽃과 눈을 마주치고 그 웃음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역시 길지 않다. 즐길 수 있는 시간에 열심히 즐기자. 아이들은 빨리 크고, 벚꽃은 금방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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