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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Fix You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으스스 춥고 목이 칼칼하더니 기침과 재채기가 점점 심해졌다. 병원에 다녀와서 약 먹고 반나절쯤 지나니 몸이 한결 나아졌다. 감기약은 정확히 말해 치료약은 아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수백 종에 달하고 변이 속도도 빨라서 만들 수 있는 약은 단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이다. 그렇다 해도 콩알만한 알약이 연쇄적인 화학 작용을 일으켜 몸을 치유하는 힘은 참 신기하다.

합성 의약품이 나오기 전까지 오랜 시간 동안 약은 자연에서 얻어졌. 동식물 또는 광물 등의 치유력이 확인되어 치료제로 전해지기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관찰과 시행착오를 거듭했을 것이다. 그런데, 합성 의약품이건 생약 처방이건 약은 병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지만, 결정적인 요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 능력이다. 대략 병의 75%는 자연치유력이 낫게 한단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어떤 일이 마음에 심한 동요를 일으켜 아프거나 힘들 때, 신중한 관찰과 다독거림이 선행되어야 치유로 향하는 시행착오를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섣부른 해결책이나 게으른 조언, 무책임한 방치는 마음의 자연 치유력을 점차 약화시켜 면역력을 떨어지게 만든다.


감기 기운 속에 점심을 먹는데 ColdPlay의 ‘Fix you’가 들려왔다. 그날따라 마음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노래 가사가 귀에 꽂혔다.

 결국 치유의 장소는 ‘Home’이다. ‘Fix’는 ‘고치다’라는 뜻과 동시에 ‘고정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속에서 우리는 많은 일과 사람들에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시인 류시화는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바람이 멎으면 금방 균형을 되찾고 평온해진다.’라고 했다.


나무와 같은 평정심 속에서 마음의 치유력을 높여 나를 진정시키는 곳. 그곳이 ‘집’이다. 진짜 집이든, 마음속의 집이든, 늑대가 나타나 후우하고 불면 날아갈 지푸라기 같은 내면의 집이라도, 나에게는 소중한 집이 있다. 치유의 장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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