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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an 09. 2020

패스, 패스, 패스

축구에서 패스는 같은 편 선수에게 공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 축구는 과거보다 패스 횟수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공격수가 공을 몰고 가다가 수비에 막히는 경우에 주로 패스를 했다면 요즘에는 패스를 통해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열기 위해 많이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패스를 많이 하는 팀의 성적이 좋은 편이라서, 리버풀이나 맨시티 같은 유럽축구 강팀은 한 경기에서 8백 회가 넘는 패스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들은 패스를 잘 연결하여 기회를 만들어 가며 승률을 높인다.

오늘 아침에 문득, 사는 것도 패스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하루라는 시간을 패스했다. 아침잠에서  나는 어제의 나에게서 패스받은 하루를 챙겨 서서히 몰고 가기 시작한. 바쁘거나 게으르거나 하루를 보내고 다시 내일의 나에게 하루를 패스해 보내며 잠자리에 든다. 내일의 내가 하루를 수월하게 지내려면 오늘의 내가 패스를 잘해줘야 한다. 엉뚱한 곳에 떨구어 놓고 그게 패스라고 우기면 다음 하루가 고생이다. 삶의 시간은 밤과 아침에 주고받는 매일의 패스가 이어지며 흘러간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구름은 이를테면 땅을 향해서 비를 패스한다. 비는 땅에 내려와 마른 흙을 적시고 식물의 뿌리를 타고 흐른다. 그리고, 땅은 다시 개울로, 개울은 강으로, 강은 바다로 빗물을 패스하며 그 안에 많은 생명을 품는다. 바다가 구름에게 물을 올리면 구름은 흘러 다시 땅으로 골고루 패스의 순환을 이어간다. 사람도 그렇다. 구석기 사람은 신석기 사람에게, 신석기 사람은 다시 청동기와 철기 시대 사람에게 각각의 지혜를 담은 유전자를 패스하며 진화해왔다. 수많은 패스가 이어지는 동안 자연과 인간의 삶이 유지되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주위에 패스하면 좋을 것생각해본다. 사랑이나 배려의 마음, 혹은 외로움 같은 . 상대가 받기 편하게 자주 전달하고 서로 주고받으며 나아가면 좋겠다. 혹시 주위에서 패스받을 사람 찾는 이 는지도 둘러본다. 가까운 누군가가 삶의 수비수에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기꺼이 패스받아 수비수를 흩트리고 다시 돌려주는 이가 되어줄 수 있는지. 

삶의 목표는 골을 넣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삶의 경기장에서 같은 팀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마음껏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면 된다. 서로 잘 수 있도록 적당한 곳에 패스를 잘 보내, 단지 뛰는 것에 감사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러다가 경기장 밖에서 선수 교체 사인이 부르는 때가 오면, 경기장에 뛰는 나머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관중들에 인사 한번 하고 천천히 걸어 나오면 된다. 그때까지는 먼 목표를 생각하기보다 다만 주어진 오늘 하루를 잘 지내고 싶다. 내일의 내가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정성껏 마무리하며 좋은 하루하루패스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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