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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l 25. 2020

별 게 다 응원!

나는 달리기를 못한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모든 학생이 백 미터 달리기를 했다. 보통 6명씩 뛰었는데, 3등까지는 손목에 스탬프를 찍어주고 가 상품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게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난 항상 6등만 했다. 출발하자마자 곧 뒤처졌는데, 그때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OO야. 잘 뛴다아." 엄마 목소리였다. 엄마는 내가 뛰는 것만 보아도 좋다고 했다. 아들이 꼴찌여도 상관없었다. 그저 내가 열심히 뛰는 모습 응원을 보냈다.


응원은 '그냥' 하는 것이다. 단지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못해도 네 편이라는 믿음의 표현이. 잘해야 한다고 다그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다면 그건 응원이 아니다. 영화 '위플래쉬'에서 드럼 선생의 행동은 말이 빨리 달리도록 배를 박차로 찌르고 채찍을 휘두르는 것과 다름없었다. 말은 채찍과 욕심으로 응원받지 않는다. 그래서, 경마장에는 그라운드에도 관중석에도, 환호성은 있을지 모르나 응원이란 없다.

어미새는 아기새가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집으로 먹이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먹이를 물고 나뭇가지에 앉아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지켜본다. 새끼들은 어미 앞에서 날개를 펴고 하나둘 뛰쳐나오지 날갯짓에 서툴러 퍼덕이며 한참을 헤맨다. 그러다가 겨우 얕은 나뭇가지로 날아오르면, 지켜보며 응원을 보내던 어미새는 그제야 아기새에게 다가간다.


자연과 세상 응원으로 가득하다. 해는 멀리 지구 식물을 응원하여 햇빛을 보내고, 식물은 꽃과 열매를 돋우고 산소를 뿜어 동물에게 응원을 보낸다. 달은 빛을 지구로 반사하여 깜깜한 을 응원하고, 밤은 생명들이 그 안에서 잠들고 사랑하도록 어둠으로 응원한.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조차 단단한 땅의 응원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가만히 보면 우리 일상도 그렇다. 맛집을 찾았다늘어선 줄에 당황해도, 금방 뒤로 줄을 서는 이들 덕에 허기를 참고 기다릴 수 있다. 뭔지 뻔히 아는 전단지를 매일 받아 드는 이들은 할머니가 빨리 나눠주고 퇴근하길 응원한다. 식당 종업원서툰 실수에 보내는 미소는 그의 생계를 응원하고, 페북과 인스타그램 친구의 사진에 하트를 보내며 신산한 삶 속 그의 빛나는 하루를 응원한다.

혼자의 삶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운동 경기 내내 응원이 계속되듯, 삶이라는 그라운드는 온갖 자연과 사람들의 응원으로 가득하다. 모르는 사이 세상  게 다 나를 응원한다. 말 그대로 별도 게도 그렇다. 내가 보는 밤하늘 별빛은 나를 보려고 이미 수백 년 전 각자의 별을 떠나왔고, 게는 먼바다의 삶을 담아 내 식탁에 찾아왔다. 그들의 응원에 대한 응답은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냥 열심히 달려볼게요 정도면 된다.


달리다 보면 바람이 응원을 보낸다. 맞바람은 다가와 가슴에 안기고, 뒷바람은 편히 달릴 수 있도록 등을 슬며시 밀어준다. 땅은 박차고 나갈 수 있도록 든든히 받쳐주며, 주위에 같이 달리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는 기운을 더해준다. 뒤로 지나치는 나무들, 온갖 사물이 말을 건네며 응원하고, 그런 응원 속에서 열심히 달릴 힘생긴다.

오늘 아침에는 지구 반대편 먼 곳에서 찾아온 커피 한 잔이 하루의 시작을 뜨겁게 응원한다. 너를 위해 불에 그을리고 가루가 되었다고, 그러니 너는 꼴찌를 하더라도 힘내서 달려달라고. 네가 뛰는 것이 그냥 좋다고, 네가 살아있어 참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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