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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Feb 07. 2021

접고 펼치는 일

딸이 오빠에게 선물한다며 종이학을 접는다. 스마트폰 절반 정도 크기나 될까, 작은 종이학용 색종이가 있었다. 나도 어릴 때는 종이학이며 학알이며 꽤 접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접는 법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나마 자신 있게 접을 수 있는 것은 종이비행기나 배 정도뿐.


유튜브로 검색하여 종이학을 접어보았다. 예전과 같이 그림을 보고 앞으로 또는 뒤로, 점선과 화살표로 짐작하며 접는 것보다는 쉬웠으나, 손가락 나잇살 때문인지 종이가 작아 그런지, 는 선이 딱 떨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접다 보니 조금 익룡 같아 보이긴 하지만 나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은 종이학이 탄생했다.

종이접기는 접고 펼침의 연속이다. 접어서 자국을 만들고 다시 앞뒤로 접고 펼치다 보면, 평면이 입체로 점점 바뀌며 모양을 잡아간다. 종이접기는 반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접는 대상인 사물과 동식물 모양은 대부분 대칭이라서 같은 접기를 보통 뒤집어서 한 번 더 반복하면 된다. 종이접기는 완성에 가까울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손끝으로 정밀하게 해야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데, 한번 모양을 잘 다듬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갈수록 모양이 틀어진다.      


마음에도 종이접기처럼 접고 펼침이 있다. 은연중 사부작사부작 무엇인가, 나중에 무슨 모양이 될지 잘은 모르지만 기대나 꿈을 접고 펼치며 만들어가고 있다. 하던 대로! 이게 잘 안 되는 것이 마음이고,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세상이다. 대칭을 이루지도 않는 마음은 반복할 수 없고, 한다고 답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 동영상 속 종이접기처럼 남들은 '참 쉽죠?' 하면서 척척 잘만 접는 것 같은데, 자꾸 모양이 틀어지고 생각과 조금씩 달라지며 나는 왜 이 모양인지 싶을 때가 있다.

'접는다'는 말에는 종이접기처럼 '접어서 만든다'는 뜻도 있지만 '그만둔다'는 뜻도 있다. '이제 마음 접기로 했어.'라는 말은 그동안 무엇인가 바라던 마음을 그만 내려놓겠다는 뜻이다. 말 같이 쉽지는 않다. 그동안 접어오며 만든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단념'은 마음을 끊는다는 뜻인데, 포기는 행동의 일이지만 단념은 마음의 일이라서 그만큼 더 힘들다. 그래서, 마음은, 단념하여 끊기보다는 그냥 종이처럼 접어놓는 것이 좋다.


삶은 펼치고 접는 일의 연속이다. 한쪽을 접으면 그 반대쪽은 펼쳐지는 것이 접기의 속성이다. 책의 한 페이지를 접어야 다음 페이지가 펼쳐지듯, 오늘을 접으면 내일이 펼쳐지듯, 뛰는 것은 알고 보면 몸을 접고 펴는 동작의 연속이듯, 잘 접으면 다음 기회로 이어진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면 손끝으로 꾹 눌러 일단 접어놓고 본다.

가끔 꿈이나 기대가, 품는 일이라기보다 견디는 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접어놓고 조금 있다 펼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돌본다. 누구에게, 그때는 그 사람 또는 그 일이 전부인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면 그게 아닌 경험이 있다. 그래도 한 땀 한 땀 접으며 그 당시 만들었던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고 펼쳐 이어갈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살면서 접을 것이 있고 펼칠 것이 있다면 접을 것은 '걱정'이고, 펼칠 것은 '응원'이다.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놓고, 자신에게 응원을 펼치는 시간, 노력을 인정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며 접은 것이 학이 아니라 익룡이 되면 어떤가. 어떻게든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조심해라. 당신에게 날아가 불을 뿜어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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