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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형사 Mar 01. 2021

공부머리와 수사머리는 다를 수 있다.

22살 파출소 순경으로 시작하여 41살 강력형사의 이야기...


공부머리와 수사머리는 다를 수 있다.


학장 시절에 저는 공부와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하도 말썽을 피워서인지 순경 시험에 합격한 후 고등학교 은사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때, 선생님들께서는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경찰이 된 저를 무척이나 대견해하셨습니다.


2001년 노량진 서울고시각 학원에서 순경시험 대비 종합반을 몇 개월 다녔지만 한글로 된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점수가 차츰 오르는데 반해서, 영어는 단 한 번도 30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과락 점수가 60점이니 시험을 친들 합격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겁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하지 않은 벌을 그제야 받는 것처럼 느껴졌었고, 3번의 공채 시험에 연이서 떨어지고 나서야 영어를 잡지 못하면 경찰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은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원에는 공무원 영어를 잘 가르치시기로 소문난 '9ㆍ7급 공무원 영어' 스타 강사님이 계셨는데 단과를 끊어 첫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3시간 동안 강사님이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첫 수업 강의가 끝나갈 무렵 강사님은 "여기 일반 9급 공무원 말고, 혹시 경찰 준비하시는 분 계세요?"라고 물으셨는데, 저 혼자 손을 들었습니다. 강사님은 강의를 이해했냐고 물으시기에, 창피했지만... 큰소리로 "솔직히 하나도 모르겠습니다"라대답을 했습니다.


강사님께서는 단과비를 환불해 줄 테니 바로 옆에 있는 검정고시학원에 가서 2개월짜리 ○○기초영어 수업을 듣고 나서 다시 수업에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다 듣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창피하기도 했지만, 강사님에게는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검정고시학원에서 기초영어 수업을 정말로 열심히 듣고 2개월 후, 다시 그 강사님의 수업에 들어가니 강의 내용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1년이 지나 순경시험을 치를 때 다른 4과목보다 영어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꿈에 그리던 경찰학교에 입교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를 너무 몰라서 경찰이 못 될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그 영어가 제 강점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수사에 있어서, 그중에서도 강력 파트에 있어서는 다른 동료들보다 월등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가장 젊으셨던 2학년 은사님은 이제는 전 학년의 학생지도 선생님이 되셨고, 문제아였던 저를 유독 많이 챙겨주신 부장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수사연수원에 첫 강의를 나가기 전에 선생님들께서는 저를 위해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평생 교단에서의 노하우를 술잔에 녹여 전수를 해 주셨습니다.


저희 학교는 지역에서 공부를 잘하기로 소문난 학교라 선후배들 중에는 법조인에 사업 수환이 뛰어나 잘 나가는 동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전화를 하면 받고, 항상 선생님들과 가까이에 있어서 학교 앞 족발집에서 소주 한잔에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선생님께서는 저를 최고의 애제자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은사 선생님들과 함께






국민에게 사랑받는 경찰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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