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고 하면 행정은 분주해진다.
기상청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출근 시간 전까지 모든 도로는 "마른 길"처럼 변해야 한다.
그 누구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죠?”라고 묻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눈 보다 민원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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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칼슘은 어떻게 제설의 기본값이 된 걸까?
사실 염화칼슘은 처음부터 ‘환경을 무시한 제설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싸고, 빠르고, 효과가 확실했다.
도로 위에 뿌리는 순간부터 눈은 녹기 시작하고,
미끄럼 사고를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됐다. 편리해서.
그 결과,
지자체의 겨울철 제설 계획에는
별도의 논의 없이 ‘염화칼슘 수천 톤’이 자동 배정된다.
그것은 마치 ‘눈이 오면 뿌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이 오기도 전에 뿌려야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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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꾸지 않았을까? 바꿀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행정 입장에서 염화칼슘은 가장 안전한 선택지다.
빠르다 → 민원 감소
저렴하다 → 예산 절감
확실하다 → 사고 책임 회피
게다가, 피해는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나타난다.
가로수가 서서히 죽고,
차량이 몇 달 뒤에 녹슬고,
사람들이 기침하며 병원을 찾을 즈음엔
누가 그걸 ‘염화칼슘 때문’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러니 바꾸지 않는다.
바꿔야 할 이유가, 책임자가, 숫자가,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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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무관심하고, 행정은 빠르다
사람들은 눈길에 미끄러지는 건 무섭지만,
가로수가 누렇게 말라죽는 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
공기가 뿌옇게 흩날려도,
“먼지가 좀 많네” 하고 창문을 닫을 뿐이다.
그 사이,
행정은 ‘불만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같은 물량의 염화칼슘을 사들이고,
아무도 그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불만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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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방법밖에 없었냐’고 물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린 묻지 않았다.
그 침묵 위에서 하얀 가루는 해마다 더 쌓여왔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쩔 수 없잖아. 그게 가장 빠르잖아.”
하지만 이제 다시 묻자.
“정말, 그 방법밖에 없었나?”
“그저 편해서, 익숙해서, 남들도 하니까”
그 이유만으로 계속 이 길을 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