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논할 때 본능적으로 10점 만점 척도를 꺼내든다. 가장 이상적인 최고를 10,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저열함을 1이라 규정한다면, 합리적인 중앙값으로서 5라는 지점에서 '보통의 수준'이 설정된다. 여기까지는 우리의 상식이 일치하는 '보통의 기본값'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보통'의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에서 시작된다. 논리적으로는 4에서 6, 혹은 너그럽게 4에서 7 정도까지를 '보통'으로 보겠지만, 3과 8이라는 경계에 서면 모두가 멈칫한다. 3을 '보통'으로 넣기엔 찜찜하고, 8을 '높은 수준'이 아니라 '보통'으로 넣기엔 아깝다. 3이 '안 좋은 것'인지, 8이 '좋은 것'인지 명쾌하게 단정하기 어려운 이 지점에서 주관이 개입된다.
여기서 바로 이해의 상충이 발생한다.
누군가에게는 3도 수용 가능한 '보통'의 범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미 불만족스러운 '저열함'의 시작일 수 있다. 이 간극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개인이 설정한 '기대치'와 '기본값'의 차이에서 온다.
따라서 이 충돌을 해결하려면, 모호한 '보통'이라는 단어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1부터 10까지를 느낌이 아닌 객관적인 지표에 연결하고, '보통'이라는 중립 지대 대신 '용인 가능한 최소 수준'을 명확히 정의하는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3이냐 4냐의 싸움은 결국, 우리가 이 관계나 프로젝트에 대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품질을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의 문제인 것이다. 모호한 5점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컷오프(Cut-off) 점수'를 설정할 때, 비로소 '보통'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