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서 발견한 하와이언식 회덮밥, 포케(poke)
연남동에 위치한 한 포케 집에 다녀왔다. 지인과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었으나, 건강해 보이면서도 아기자기 예뻐 보여 낙찰되었던 이 집의 이름은 <슬로우 캘리>. 가게는 인지도가 있는 만큼 약간의 웨이팅이 있었지만, 매장이 넓지 않고 아늑해서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다.
슬로우캘리 (Slow Cali)
서울 마포구 동교로38길 35 (연남동)
OPEN 11:30 - CLOSE 20:30
BREAK 15:00 - 17:00│연중무휴
참치, 연어, 문어, 두부 등 다양한 포케가 있지만 우리는 연어가 들어간 포케 두 개를 먹어보기로 했다. '클래식 살몬 포케'와, '와사비 렌치 살몬 포케'. 추가금액을 내면 토핑을 추가할 수가 있는데, 미리 검색해본 바에 따르면 아보카도를 추가하면 맛있다는 조언이 많아, 우리도 아보카도를 추가했다. (아보카도 외에도 토핑으로는 아스파라거스, 해초무침, 버섯 등이 있다.) 주 메뉴인 포케가 담백할 것으로 예상해, 사이드로는 제법 무거워 보이는 '하와이안 갈릭 쉬림프'를 주문했다.
클래식 살몬 포케 (M 9,700│L 12,700)
하와이안 갈릭 쉬림프 (11,500)
포케는 '네모나게 자르다'라는 뜻의 하와이 말이라고 한다. 체력소모가 많은 하와이의 서퍼들이,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추구하면서 생겨난 건강식이다. 주로 참치나 연어 같은 날 생선을 볼(bowl)에 네모나게 썰어 넣고, 채소나 해조류를 토핑으로 올려 먹는다. 신선한 채소와 생선이 들어가는 만큼 영양가도 있고, 놀랍지만 맛도 있었다.
나는 사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먹을 뿐, 평소 익히지 않은 야채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샌드위치 속에 들어간 양상추는 별 위화감이 들지 않는 것처럼 포케의 수북한 야채도 신기하게 위화감이 없었다. 아마도 충분한 양념과 더불어 질 좋은 연어와 아보카도가 야채의 맛을 감화시켜주기 때문이었겠지. 밍밍하고 양이 안 찰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고소하면서도 적당히 짭짤한 양념과 질 좋은 재료 덕에 맛있었던 포케. 덕분에 나는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싹싹 그릇을 비울 수 있었다. 이런 건강식이라면 정말 매일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더불어 사이드로 시킨 '하와이안 갈릭 쉬림프'가 묵직한 맛을 느끼게 해 주어, 산뜻하고 담백한 포케의 맛과 환상처럼 어우러졌다. 과연 주메뉴와 궁합이 찰떡같은 사이드였다. 하와이안 갈릭 쉬림프에는 조그맣게 밥이 딸려 나오는데, 그 위에 뿌려진 갈릭소스가 밥에 녹아들아 밥조차도 너무나 맛있었다. 이 밥은 녹차밥과 현미밥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는 현미밥을 시켰다. 이 조그마한 밥마저도 건강식이다.
주로 탄수화물 섭취를 즐기는 나로서는, 모처럼만의 풍성한 채소로 가득한 점심이었고, 영양을 떠나서 맛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연어와 채소와 밥인데 이렇게 맛있다고? 하와이 서퍼들, 천잰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슬로우 캘리만의 비법이 담긴 양념이 포케의 맛을 북돋아주었겠지만 말이다.
언젠가 하와이에 가게 되면 포케에 대해 좀 아는 척을 할 수 있을까. 코로나가 종식되는 어느 날, 하와이에서 훌라 치마를 입고서 포케를 주문하는 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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