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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Jun 07. 2023

내 평생 유일한 운동, 요가가 떠나갔다

2년간 해온 요가를 더 이상 못하게 되었을 때의 그 황망함이란

인스타그램 @woodumi



요가 전도사, 요가에게 배신당하다


나는 자타공인 요가 전도사다. 누가 몸이 찌뿌둥하다고 해도 “요가해, 요가하면 나아”라고 말하고, 운동에 영 흥미를 못 붙인다는 사람에게도 “나도 그랬는데 요가는 벌써 2년째야”라고 말한다. 누가 보면 어느 요가원의 상담실장인 줄 알겠다. 내 생애 끈기를 가지고 배운 운동이 요가 하나여서 그렇다.      

    

그러던 요가가 배신을 때렸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헬스장의 GX룸 요가는 1년에 60만 원으로, 한 달로 환산하면 5만 원. 10만 원이 푼돈 같이 여겨지는 고물가 시대에서 월 5만 원에 주 3일 요가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게다가 걸어서 단 5분 거리라는 점은 정말 큰 메리트였다.       

    





하지만 내가 그런 요가에 정을 붙이고, 심신을 단련하고, 요가 전도사가 되는 2년의 시간 동안 헬스장의 사정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는데, 이번에 바뀐 새 주인은 나이가 스물여섯이랬나. 여튼 어린 새 주인은 헬스장을 인수하자마자 GX룸(요가와 필라테스를 수업하는 공간)을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했다 한다. 그 결정도 충격적이지만 얼마나 성미가 급하고 인색한지, 기존 회원들을 위해 유예기간을 주는 게 아니라, 그냥 다음 주부터 바로 GX룸이 없어지니 환불받을 사람은 환불받으라는 문자만 덜렁 한 통 보내왔더랬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어제까지 잘 만났던 남친이 갑자기 헤어지자고 통보하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다. 2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국가고시시험이 갑자기 개편되면서 없어지면 이런 느낌일까. 이 황당함과 황망함을 감출 기색이 없다.      

  





웅성웅성, 우리 이제 어떡하지...?


GX룸이 없어진다는 문자를 통보받은 날, 요가수업을 하러 가서는 회원분들과 지금까지 한 대화보다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문자 받았지? 나 지금 너무 심란해, 근처에 괜찮은 요가원 있어? C요가는 1년이 아니라 6개월에 60 이래, 여기가 정말 딱이었는데! 등등..., 갑작스런 폭풍 공감대에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요가수업을 하면서도 선생님과 함께 내내 그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선생님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인 듯했다. “다들 수요일(마지막 수업 때)에 나올 거예요?”라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이 어쩐지 슬프고 아련하게 다가왔다.           

우리 요가 수업에도 나름의 자잘한 변천사는 있었다. 수많은 회원이 거쳐갔고,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한번 해보고 다음부터 얼굴을 내밀지 않았지만, 나를 비롯한 꽤 많은 회원들은 6개월, 1년, 2년 꾸준한 발걸음을 했으니 요가수업을 하며 자리 잡은 게 어디 몸뿐일까. 물론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 뒷줄 맨 끝에 앉은 회원님의 이름이 ‘창숙’인지 ‘향숙’인지조차 헷갈린다. 하지만 우리는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서기(물구나무)를 못하던 회원이 머리서기를 하는 과정을 지켜봐 왔으며, 나무보다도 뻣뻣하던 사람이 차츰차츰 유연해지는 과정을 관찰해 왔다. 거의 각목에 가깝던 내 남편도 큰 성장을 이루며 선생님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더랬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격려하던 시간들. 그런 시간들은 앞으로 다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애정하는 운동을 잃는다는 기분 : 황망함


어떤 운동에 꾸준한 애정을 이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내게 처음 그 운동을 알려준 지도자의 스타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같은 PT더라도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꾸준한 동기부여를 통해 만족스러운 체중감량을 이뤄내고, 누군가는 바짝 흉내만 냈다가 돌아오기가 부지기수라고 들었다. 비단 운동뿐만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룬 놀라운 성취나 쾌거에 비법이 뭐냐고 물으면 “선생님을 잘 만났어”라는 대답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 않던가. 


요가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많은 회원들이 우리 선생님의 스타일과 수업방식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수업할 때의 그 목소리, 하나하나 잡아주는 그 손길, 수업 때 틀어주시는 노래의 선곡마저도.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동안 대타로 들어왔던 몇몇 선생님들을 경험해 봤지만 하나같이 스타일이 달라 어찌나 혼란스러웠는지 모른다. 세상 요란스럽게 수업하는 선생님, 회원을 꾸짖는 선생님, 잘하는 사람만 편애하는 선생님 등등... 같은 요가라도 내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가벼운 일이라면 정말 좋으련만


그러나 저러나 오늘은 정말 마지막 요가수업이 있는 날이다. 2년간 진심을 다해 배워온 나의 유일한 운동. 그 운동에 애정을 붙일 수 있게 해 준 안정된 선생님. 곧 없애버린다는 GX룸에는 최신 헬스기구가 들어와 자리를 메운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 기구가 들어오는지 두고 보겠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사실상 다시 그 헬스장을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그 헬스장을 가는 이유가 100% 요가였으니까 말이다.   

       

새로 헬스장을 인수했다는 스물여섯의 주인에게는 돈이 안되니 없애버려야겠다는 명쾌하고 단순한 문제였을지 모르나, 우리는 모두 터전을 잃은 사람처럼 마음이 붕 떠있다. 환불해 준다고 하니 다른 곳을 알아보면 되는 그런 가벼운 일이라면 나도 정말 좋으련만. 생각해봐야 할 게 많기 때문에 나의 다음 요가 행선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여러 곳에 전화도 돌려보고 무료수업도 받아봐야 할 일이다. 반경 1km 이내에서 내 마음에 꼭 맞는 요가수업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선생님 같은 분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대단히 심란하고 복잡한 마음이다.           








고민 많고 마음 여린 어른이들을 위해 따수운 글을 전합니다.



■ BOOK

연애 결혼 힐링 에세이 『사연 없음

현실 직장 생활 에세이 『어쩌다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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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따수운 독설

작업 문의 deum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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