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실추된 샤인머스켓의 이미지
오늘은 샤인머스켓이 제일 싸요.
과일가게 알뜰코너를 한참이나 기웃거리던 저에게 사장님이 말했습니다. 사과, 배는 물론이고 바나나까지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데 세일코너에는 뭐 먹을 게 없나? 둘러보고 있었죠. 2만원에 나온 거봉포도 한박스, 그 옆엔 약간 거믓해진 바나나. 샤인머스켓 4송이가 든 2kg 한박스는 14000원이었어요.
귤은 없나봐요...
이맘때는 제주에서 올라온 귤이 한창인데 귤도 마음놓고 사먹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지난해엔 한박스에 9,900원 하던 것이 올해는 오프라인에서 1만3000원 정도 이거나 온라인으로 조금씩 양을 줄여 사먹어야되는 지경이 되었지요.
작년엔 귤 한망에 12~15개 정도 들은 게 2000원, 분명 할인코너에 있었던 거 같은데? 사장님 표정을 보며 기웃거리자 "요즘엔 과일값이 너무 비싸서 세일귤은 없어요. 오늘 비닐봉지에 싸놨던 것도 아까 손님들이 다 가져갔어요."
당연히 온라인에서도 싼 가격에 박스단위 귤을 먹을 순 있지만 두 식구가 감당해내기 힘들고, 리뷰도 천차만별. 썩은귤이 왔다거나 품질에 대해서 안 좋은 평들이 올해엔 더 많아진 것 같더라고요. 온라인에서 온전한 귤 사먹는 것도 복불복이라면서.
그래서 두 식구가 조금씩 싸게 사먹자며 동네 과일가게를 자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세일가로 과일을 득템할 수 있는 알뜰코너는 우리 부부에겐 참 매력적인 곳이었죠. 남편은 귤을 너무 좋아해서 이맘땐 꼭 귤을 사먹여야(?)하는데 그런데! 올해는 세일코너에 귤이 없었습니다.
털이 덥수룩한 손으로 자그마한 세일귤을 조물딱조물딱 거리며 "귤은 이렇게 먹어야 맛있어."하며 행복해던 남편. 2000원에 득템한 세일귤이 엄청 달다며 행복해했는데. 여보, 올해는 글른 것 같아.
사장님의 말인 즉, 당연히 제일 저렴한 귤은 갖다놓자마자 순식간에 동나고 그나마 봉지에 싸놓은 세일귤도 올해는 갖다놓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약간 마른듯한 샤인머스켓이 채우고 있었죠. 알뜰함도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과일가게 알뜰코너는 언제 주부들의 전쟁터가 되었나? 속상한 마음에 온라인 가격과 낱개 가격까지 분석한 결과 사장님이 추천했던 샤인머스켓을 얼른 집어들었지요. 마침 저와 함께 알뜰코너를 기웃거리던 한 아주머니께서 제가 집어든 샤인머스켓을 눈독 들이고 있었거든요.
집에 가져와보니 3송이는 아직 상태가 싱싱하고 너무 달았는데 1송이가 좀 시들하니 단맛도 밍숭밍숭 하더라고요. 그래서 상태가 안 좋은 건 토마토나 다른 과일들과 갈아먹기로 했어요.
저 오렌지도 온라인에서 싸게 구입한 거라 단맛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좀 밍숭한 샤인머스켓이랑 갈아봤더니 오히려 단맛도 적당하고 딱 먹기 좋더라고요. 요즘엔 토마토도 너무 비싸던데 저는 토마토를 너무 좋아해서 올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큰맘 먹고 1kg을 주문했습니다.
역시 세일가의 찰토마토라서 그런지 토마토 특유의 감칠맛은 좀 덜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도 샤인머스켓과 열심히 갈아먹어봤지요. 세일과일들은 주스로 갈아먹는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과일, 채소섭취가 어렵거나 시간이 부족할 땐 꼭 이렇게라도 챙겨드시는 게 좋아요.
요즘 넷플릭스, 유투브 볼 때 과자 같은 간식거리 많이 드시죠? 저도 이상하게 날씨가 추워지면 야외활동이 줄어들면서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거든요. 그럼 붕어빵, 호떡 같은 간식거리가 너무 생각나요. 달달한 과자 하나씩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한봉지는 싹 비우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겨울엔 정말 고구마 먹은 웰시코기처럼 퉁퉁 살이쪄있죠.
그래서 과자는 줄이고 차라리 깨끗히 씻어놓은 스테비아 토마토나 샤인머스켓을 집어 먹는게 습관이 됐어요. 여기에 허브차까지 곁들이면 과일의 수분 때문에라도 몇 개 집어먹다가 금세 배가 불러요. (이럴 땐 잠시 쉬었다가 차 한잔 더 마시고 또 집어먹기도 한답니다.)
달디단 샤인머스켓은 뭐 할게 있나요? 깨끗히 씻어서 그냥 저 자체만으로도 맛있는 간식이 되는 거죠.
제목이 쫌 이상하지만 이번엔 진짜 샤인머스켓을 갈아 춘식이를 만들었습니다. 좀 밋밋한 샤인머스켓과 달고 맛있는 샤인머스켓을 반반씩 섞어서 주스기에 갈았어요.
남편 없이 즐기는 저 혼자만의 브런치 시간! 무알콜 맥주를 부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까 목욕하는 춘식이가 되었어요. 너무 귀엽네요.
나중엔 춘식이가 녹아서. ㅠㅠ 꼬로록....잠겨버렸어요.
맛있는 샤인머스켓 비건 샐러드로도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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