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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이 죄는 아니잖아요.

적양배추 알뜰하게 먹는 비법

그냥 양배추보다 싸다고요?


집근처 공판장 마트에 들러 오늘은 뭐 싼게 없나?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저의 관심사는 계산대 앞에 자리 잡은 알뜰코너. 겉잎이 약간 시들해보이는 적양배추는 랩에 칭칭감겨 1700원 대에 나와 있었는데 이게 왠일? 분명 신선칸에 있는 하얀 양배추는 2000원 대에 본 것 같은데?


보라색은 잘 안 사가요.


항산화 영양소가 풍부해서 건강식으로 알려진 적채(적양배추)는 90년 대에만 해도 꽤 비싼 채소였습니다. 나름 귀한 채소로 어머니께서 비싼 값에 사와 아버지께 녹즙으로 갈아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은 채소도 잘 먹지 않고, 그마저 다른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하는데 다른 재료들까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이니 적채 특유의 색깔이 비호감이 돼버린 것이죠.



#보라색이 죄는 아니잖아요.

게다가 다들 경제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500~1000원 차이에도 민감해지니 저 같아도 조금이라도 더 싼 흰 양배추를 살 거 같아요. 특히 혼자 사는 1인 가구, 바쁜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누군가가 챙겨주지 않으면 이런 채소들은 잘 안 먹게 되잖아요.


삶아서 양배추쌈으로 먹어보려해도 보라색 물이 줄줄줄 흐르고, 찌개나 국물요리에 넣어도 다른 음식들까지 보라색으로 물들이니 집밥을 하는 입장에서 적앙배추는 무난하게 고를 수 있는 재료는 아니랍니다.


특히나 육류,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이 점차 늘어나면서 생채소, 채식의 소비는 점차 줄어들었죠. 당연히 자연스레 적양배추를 먹는 일도 줄어들었고, 생산은 늘면서 가격 또한 흰 양배추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정도로까지 떨어졌죠.


심지어는 이번처럼 세일코너에 나오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공판장 사장님은 "솔직히 말해서 보라색이 밥상 위에서 그렇게 밥맛도는 색은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일 적채는 보랏빛 선물

저는 마음 속으로 '보라색이 죄는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하고 싶었죠. 마치 적양배추를 대변하는 마음 같았습니다. 오히려 이 보라색 천연색소는 안토시아닌 색소로 눈건강과 피부건강, 항산화작용에 얼마나 좋은 건지! 채소모양과 겉모습만 따지는 사람들이 잘 못 된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가끔 마감세일에 나오는 적채는 한통(800g)에 2080원, 세일 안 하는 흰 양배추는 2980원. 매일은 아니지만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면 운 좋게 득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00원, 1000원에 민감해지는 시기라서 그런지 누군가 적채를 찾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운 보라색 양배추는 그렇게 저에게 와서 귀한 식재료가 되었지요. 공판장에서 2통이나 사들고 와 살짝마른 겉잎을 떼었더니 안쪽은 쌩쌩합니다. 부지런히 씻어서 예쁘게 쟁여놔야 또 남는 것 없이 알뜰살뜰 먹을 수 있습니다.



#찹찹 잘라서 냉동실에 쟁여놓기

양배추 씻을 때는 미리 자른 후에 체에 밭혀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주세요. 그게 편하기도 하고 흐르는 물에 씻어야 안전하고 깨끗하게 먹을 수 있어요.



겉잎을 떼어 채썬 다음엔 깨끗이 씻어 통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그러면 반찬 없을 때 양배추 볶음 금방 해먹을 수 있어요. 김치찌개에 넣어도 색깔변화는 거의 없어요. 게다가 흰 양배추처럼 단맛이 우러나면서 정말 맛있답니다.



떡볶이에 흰 양배추대신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색깔 변화도 거의 없고, 여기에 스위트콘 토핑을 올리면 더 맛있고 예쁜 보석 떡볶이가 됩니다.


냉장실에 남아 있는 채소가 아무 것도 없을 때! 냉동실에 쟁여놨던 채썬 적채를 보물찾기처럼 발견해서 대패 삼겹살과 얼른 볶아 봅니다. 김치와 함께 볶아 놓으니 묵은지의 짠맛도 가시면서 은은한 단맛에 남편 밥반찬으로 손색이 없더라고요.


#적채 초간단 레시피


겉잎을 다 떼어낸 적채 알맹이는 냉장실에 보관하면서 그때그때 잘라서 먹습니다. 손님이 오거나 집에서 혼자 와인 한잔 하고 싶을 때 마땅한 안주가 없으면 저는 적채 썰어 넣고 그 위에 템페를 잘라 올린 다음 고추장아찌 살사를 올려 맛있게 먹습니다.


든든한 브런치도 되면서 손님 맞이 술안주로도 금방 차려낼 수 있어요.

적채 템페 샐러드
채썬 적채 + 스리라차 소스


채썬 적채 위에 스리라차 소스만 뿌려도 정말 맛있는 샐러드 반찬이 됩니다. 반찬 똑 떨어졌을 때, 급하게 반찬 필요할 때 이만한 게 없어요. 양배추와 스리라차 소스는 정말 궁합이 잘 맞는데 특히 샐러드용으로 특화 된 적채가 더 잘 어울린 답니다.



#식초 넣은 루비 양배추절임

짙은 보라색이 너무 부담스러우시다면 식초나 레몬즙 살짝 넣어서 상큼하게 만들어보세요! 그럼 짙은 자주빛에서 빨간빛이 살짝도는 루비 양배추가 된답니다. 상큼한 맛도 낼 수 있고 색깔도 더 먹음직스러워져요.


지난주에 올린 적양배추 사워크라우트 레시피도 정말 초간단 레시피랍니다. 식초 2큰술 넣어서 약간 핑크빛 도는 적자색 루비 양배추 절임이 되었어요.



#아침에 토스트가 쉬워져요.


냉장실에 한통 잘라 놓고 쓰다보면 샐러드에 토스트에 정말 한끼 뚝딱이에요. 아이들 간식, 아침에 남편이 토스토 먹고 빨리 나가야 될 때 이렇게 미리미리 썰어 놓으면 정말 편합니다. 이걸 언제 다 먹지?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지만 정말 없어지는 건 순식간이에요.



토스트에만 넣겠다 생각하지 마시고 볶음 요리에도, 다른 요리에도 넣어서 얼른얼른 드세요. 좀 오래 남겠다 싶으면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찌개, 국물요리, 떡볶이에 넣으세요. 계란찜에 잘게 다져 넣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이런 양배추 부지런히 드셔야 몸에도 좋고, 알뜰살뜰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겠죠?



#양배추만 썰어 놓으면 이삭토스트 안녕~!

양배추 듬뿍 넣으면 이삭토스트 아니죵~ '아삭아삭한' 아삭토스트가 된답니다!


남편이 아침마다 '이삭토스트~ 이삭토스트' 노래를 불러서 집에서 만들어 줬어요. 요즘엔 배달비에 뭐에 최소금액 맞추려면 또 2~3만원은 금방 넘으니 외식비 물가도 무시 못 하잖아요. 요즘은 무조건 집밥! 저희집도 긴축재정에 들어갔어요.


마침 시댁에서 주신 떡갈비가 냉동실에서 돌아다니고 있길래 에어프라이어에 꾸워서 토스트에 넣어줬습니다. 남편이 이삭토스트보다 맛있다며 또 엄치척을 해줍니다. 햄과 같은 육류가 없어도 계란만 부쳐서 넣으면 금방 한 끼 뚝딱할 수 있어요.



#봄날엔 도시락 들고 소풍 나가요.


보라색 적채 넣은 토스트는 노란색 계란을 만나서 더 예뻐졌습니다. 여기에 초록색 상추를 넣어도 정말 예쁜데요. 이렇게 예쁜 토스트를 종이호일이나 귀여운 냅킨으로 둘러만 주면 근사한 피크닉 도시락이 탄생해요. 요즘은 찬바람 쌩쌩불어 못 나가지만 어느 날씨가 좋은 날은 이런 토스트 도시락 싸들고 남편과 공원 나들이라도 나갔으면 좋겠네요.



아이들, 남편 점심 도시락으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실내에서 너무 움츠러만 들지 말고 예쁜 색감에다 항산화 천연색소까지 풍부한 적채 토스트 드시고 항상 봄처럼 기운내세요!


샤인머스켓 쥬스와 함께 굿모닝
루비 양배추는 오렌지, 토마토 샐러드 위에 올려도 너무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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