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더 예쁜 파프리카
어디가 못생겼다는 거야?
온라인에서 못난이 파프리카를 한박스 구매했습니다. 2kg에 1만 900원.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운이 좋으면 특가로 더 싸게 구매할 때도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귀하신 몸이 된 파프리카는 이렇게 온라인으로 구매한지 꽤 되었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예쁘기만 하네.
오프라인에선 아무리 싸도 한 개에 천 원이상. 어쩔땐 두 개에 4000원. 빵값보다 비싼 파프리카를 마주할 때면 얘네가 어디가 예쁘다고 4000원씩이나 하는 걸까? 유심히 살펴볼 때도 있답니다. 그런데 택배로 도착한 못난이 파프리카 한박스(2kg)엔 튼실한 파프리카 20개가 그득그득 들어있습니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하나같이 빤들빤들 윤이 나면서 과육도 두툼하구만! 왜 못난이라는 걸까?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건 도대체 누구의 기준인걸까? 예전 파프리카 산지로 취재를 나갔을 때 예쁘고 반듯한 상품은 일본으로 수출하고 그 나머지가 국내에 유통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하도 오래 전 얘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이 똑바로 잡혀있고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은 것, 흠집과 일그러진 부분 없이 완벽한 모양을 가진 게 상품성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무슨 파프리카 인조 모형을 뽑는 것도 아니고! 좀 일그러지면 어떻습니까!
내 눈엔 색색깔별로 다 예쁘고 반짝반짝 눈이 부시기만한데! 네모반듯하지 않아도 가지각색 박스 안에 누워있는 모습이 마치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귀여워보이기도 합니다. 하나라도 같은 것이 없고 각자 개성있고 매력있는 모습이 저는 더 좋습니다.
설사 과육이 조금 깨진 부분이 있더라도 깨끗이 씻어 먹으면 되고 칼로 도려내서 먹으면 됩니다. 비대칭이라도, 어느 한구석이 조금은 덜자라 작은 부분이 있더라도, 움푹 들어간 곳이 있어 씻을 때 조금은 신경쓰이더라도 그게 더 사랑스럽고 예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못난이인지 잘난이인지 겉모습과는 상관 없이 영양소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거? 색색깔별로 갖고 있는 천연색소는 다를 수 있지만 그외 비타민C나 수분함량, 기타 영양소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다 똑같은 파프리카라는 거죠.
파프리카의 비타민C 함유량은 100g당 130mg으로 같은 양의 레몬의 2배가량 많습니다. 또한 풍부한 베타카로틴, 라이코펜, 플라보노이드, 철분, 섬유질 등은 우리 몸의 생리활성을 돕고 항산화 효과, 감기 예방, 혈관질환 예방, 면역력 강화, 피부 미백,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출처: 우수식재료디렉토리)
용도별로 길쭉하게 썰거나 잘게 다져서 또는 색깔별로 구분해서 통에 담아 놓으면 한박스가 하루 이틀 안에 정리됩니다. 금방 쓸 건 냉장실에, 볶음밥용이나 나중에 쓸 건 냉동실에 쟁여 놓으세요!
파프리카 is 샐러드. 샐러드는 무조건 해드세요. 샐러드 채소믹스 위에 올려 놓기만해도 완성. 여기에 레몬즙이나 발사믹식초만 뿌려도 새콤한 맛이 파프리카의 단맛을 더 끌어올려준답니다. 별다른 조리법 없이 색깔만드로 식탁 위를 근사하게 만들어요.
쌀 때 박스째로 사서 냉장실, 냉동실에 쟁여 놓으세요. 그럼 알뜰살뜰 아낌 없이 다른 재료와 함께 냉장고파먹기 금방 됩니다!
양파와 잘게 다져서 소고기볶음에도 활용해보세요! 볶음밥용은 볶음밥으로, 파프리카 참치전에도 달걀물에 섞어 넣어보세요!
토스트용 계란에도 섞어서 같이 부쳐보세요. 따로 파프리카 챙겨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먹게 되있어요.
3분만에 끓이는 초간단 물만두국도 파프리카 넣으면 예쁘게 변해요! 물만두국, 라면, 쌀국수...뜨끈한 국물에도 아낌없이 넣어드세요~
냉동실에 쟁여놓았던 다진 파프리카는 홍고추 대신 국물요리 고명으로 써도 너무 예뻐요. 청양고추와 함께 넣으면 색도 더 예쁘게 나오고 달걀 잡내도 싹 사라집니다. 매운거 못 먹는 아이들이나 맵찔이 어른들도 홍고추 대신 빨간 파프리카 다져서 넣으면 정말 좋아요.
스위트콘이나 단무지엔 은근 단맛을 내는 당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다이어터나 당뇨, 몸 관리 중이신 분들은 피하시는 게 좋아요. 그 대신 은은한 단맛에 아삭아삭 노란 파프리카 넣으시면 정말 좋을 거에요.
밥솥에 남은 찬밥에 냉장고에서 안 없어지고 있는 멸치볶음, 파프리카 토핑 넣어서 주먹밥 만들어 봤어요. 간이 돼있지 않은 심심한 김밥김에 싸먹으면 정말 꿀맛! 아가들도 좋아할 맛이에요.
저랑 같이 냉장고파먹기 하실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