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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Jul 12. 2024

작은 밥공기의 매력

불편하게 천천히 먹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어릴 적 밥상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말 생각나시나요? 저희 엄마도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주시면서 항상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으라고 얘기하셨어요.


최소 20회 정도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데 그게 쉽나요? 저도 생각해보면 15번은 고사하고 10번 정도도 안 씹어 먹을 때가 많답니다. 의식하면서 씹어 먹기란 즐거운 식사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힘들 때가 많아요.



맛있게 먹어야 하는 식사시간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안 되겠죠? 그래도 20번 이상 꼭꼭 씹어드셔야 영양소흡수에 좋습니다. 또한 음식물이 위나 장에서 흡수되면서 포만감을 느끼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건 개인차가 있어서 포만감을 빨리 느끼는 사람도 있고, 밥 한공기를 다 비운 후 공깃밥을 추가했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오는 사람도 있어요.



폭식, 과식은 금물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포만감이 들때까지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야 과식을 피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게 너무 힘들어요. 남편과 맛집으로 외식을 나간 날. 기분이 한껏 들떠서 맛에 취해 혹은 많이 먹고 싶어서 식사를 급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폭식으로 냉면과 삼겹살을 헤치운 다음 또 뭐가 헛헛한 건지 볶음밥까지 먹고 나서야 일어나게 되지 않나요? 그런데 볶음밥을 시켜 놓고 한수저 뜨려는 순간 갑자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포만감!


이걸 남길 수도 없고. 더군다나 싸갈 수도 없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밀어 넣게 되면 폭식에 이은 과식이 되어버립니다. 속도 좀 더부룩한 것 같고, 나중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숨도 잘 안 쉬어지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러한 안 좋은 식습관이 고착화되면 금세 2~3kg이 불어나 있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곤 또 일주일 내내 또 죽어라 운동하는 악순환에 시달리게 되죠.



일부러 불편하게 먹기


그래서 집에서건 식당에서건 일부러 천천히 불편하게 먹는 길을 택했습니다. 미나리 주는 삼겹살집에 가서는 가능한 처음부터 미나리 많이 먹기.


젓가락질, 수저질도 손이 불편한 사람마냥 천천히 움직이고, 꼭꼭 오래 씹지 못 할 바에야 아예 천천히 느긋하게 움직여서 먹는겁니다.


불고기전골집에선 버섯 위주로 먼저 골라먹기, 쌀국수집에선 숙주와 채소위주로 먼저 건져먹기 등 고기와 탄수화물이 먼저 먹고 싶을 때가 많지만 건강을 위해서 불편하게 채소먼저 씹어 먹기를 선택했지요.



20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기


집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식사시간에는 마치 나무늘보가 된 것처럼 천천히 움직입니다. 밥먹기 싫은 사람처럼 숟가락질도 천천히하고, 입맛이 껄끄러운 것처럼 밥을 조금씩 넣어보기도 합니다.


나무늘보처럼 먹기


남편과 함께 먹을 땐 이것저것 챙겨주면서 일부러 천천히 식사하고, 하루 일과를 서로 이야기하며 대화도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함께 먹고 있는 반찬이나 음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씹는 시간도 늘어나고 맛과 풍미도 더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식기의 도움 받기


처음엔 천천히 먹기 위해 숟가락 크기를 줄여서 사용했어요. 어린이집에서 아가들이 쓰는 5cm 수저를 쓰고 있었는데 그게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 버렸네요? 남편이 전부터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던데...자기 것까지 세트로 사겠다는 말에 버린건가?


왼쪽은 어린이용 밥공기 (9cm), 오른쪽은 요즘 국탕기로 쓰는 어른용 밥공기 (10cm)


암튼 그대신 조금은 불편하지만 천천히 먹을 수 있는 나무 수저를 쓰고 있습니다.


깊이가 얕아서 많이 떠질 수도 없고, 입에 넣었을 때 두께는 두꺼워서 밥을 한껏 머금은 것 같지만 사실 음식의 양은 얼마되지 않습니다.


금속 수저보다도 약간 거친 느낌이 있어서 밥이 쉽게 들어오거나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은 덜한 편입니다.  


어린이용 식기, 남편꺼는 오렌지색인데 식세기에 들어가 있어서 촬영 못 함.


작은 밥공기의 매력


남편과 저는 2년 전부터 다이어트를 위해 작은 식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어린이용 식기라하면 살짝 부끄러운 감도 있지만 디자인이 귀여워서 남편도 그건 맘에 드나봅니다.


얼핏보기엔 어른용 식기와 크기에선 별반 차이 없어 보이지만 깊이감이나 실제로 주걱으로 밥을 떠보면 적게 들어갑니다.


얼마전에는 '파스타'라는 앱에서 미션을 수행하면서 다이어트용 밥공기도 3개나 받았어요. 탄수화물양, 밥무게가 표시되어 있어서 당뇨 환자분들도 쓸 수 있는 밥공기입니다.


위에는 실제로 탄수화물양이 표시되어 있는 당뇨환자용, 다이어트용 밥공기입니다.
유아용 밥공기 9cm, 국탕기 11cm
어른용 밥공기 10cm


요즘엔 국탕기 크기도 줄여서 어른용 밥공기를 국그릇으로 쓰고 있어요. 이러면 먹는 국물양도 좀 줄어들고 훨씬 더 건더기 위주로 먹을 수 있답니다.


밥무게, 탄수화물 양이 체크되어 있는 춘식이 밥공기에요.
파스타 어플에서 미션 수행해서 공짜로 3개나 모았음. 광고아님.

 

귀여운 식기로 즐겁게 밥먹기


어쩌다 그릇 자랑이 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천천히 먹기에도 이런 식기들이 꽤 유용하게 쓰입니다.


작은 그릇은 숟가락질 몇 번 하면 없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한 공기'가 주는 개념적인 포만감조금 더 적게 떠서 천천히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겁니다!


처음에 불만이 많았던 남편도 지금은 밥 먹는 양이 적어져서 식사량이 꽤 많이 줄었습니다. 5cm 정도의 숟가락을 사용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남편, 내 숟가락 진짜 어디간거냐?



투명한 그릇은 밥양을 확인하면서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아요!  


밥무게 70g은 다이어터에게 1/2공기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저렇게 선이 표시되어 있으면 나름 아껴서 천천히 먹게 되더라고요.


남편의 다이어트를 위해 구입한 어린이집용 유아용 식판.
결국 반찬 그릇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덕분에 5첩 반상을 차리고 있따.


1) 음식은 20번 이상 꼭꼭 씹어먹기 (최소 15번 이상은 꼭 씹어드세요!)
2) 식사시간은 20분 이상. (혼자서는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식사, 둘 이상은 대화 많이 하기)
3) 작은 식기에 담아 아껴먹으면서 천천히 식사, 심리적 포만감 채우기.
4) 식당에서도 채소 먼저 먹으면서 불편하게 천천히 먹기


식탐 GOOD BYE!


한 끼의 식사는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채우는 식습관의 시작입니다. 먹는 것까지 수행의 일부인 스님들의 발우공양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채우는 식사로 바꿔나간다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무교입니다.
*후원해 주시면 더 맛있는 레시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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