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히 맞이하는 2020년
별 생각 없었다. 순수쓰.
일 년간 죽은 듯이 공부하지 않으면 다음 10년을 죽지 못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순진쓰.
첫번째 아홉수처럼 아무것도 모르게 순수하지도, 두번째 아홉수처럼 하나의 목표(혹은 허상)에 온 열정을 쏟아부을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다. 학생일땐 모르면 모른다 알면 안다 솔직하기라도 했는데. 모르는 걸 아는 척하고 아는 걸 모르는 척 하는 어정쩡한 나이, 슴아홉. 오긴 오는구나.
순진함도 순수함도 없는 슴아홉살은 이제 잘 안다.
내 인생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특별한 사건 한 두개로 역전되는 재미난 스토리가 아니란걸.
그저 평범한 하루와 평범한 선택들을 켜켜이 쌓아올리다 보면 어떻게든 흘러가는게, 그러다 문득 뒤돌아 봤을 때 "아 이래서 저래서 그렇게 된 스토리였구나" 싶은게 내 인생이라는 걸.
세번째 아홉수는 그저 지금 보이는 것을 보고, 들리는 것을 듣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려 한다.
그게 매일 똑같아보이는 한 겹의 일상을 조금 더 두텁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며.
2020년을 잘, 흘려보내기 위해 세워본 원칙들
1.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까지 나아가기. 영화를 봤으면 3줄짜리 감상이라도 공개적으로 남겨보자.
2. 미약한 시작을 계속해나가기. 첫 술에 배부르려면 못해도 다이아몬드, 플라티늄 수저는 되야 한다.
3. 몸에 닿는 것들에 더 민감해지기. 유행타는 천원짜리 열 개보다는 내가 진짜 좋아하는 만원짜리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