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에 관하여 #Day59

100일 글쓰기 59일차 (17.10.20)

by 자몽맛탄산수

꾸준히 다이어리를 썼다. 귀차니즘에 매일 쓰지는 못하고, 쉽게 질리는 탓에 다이어리 하나를 빼곡히 다 채운 적도 없지만, 1년이 지날때 마다 다이어리 2~3개가 책장 한 켠을 채웠다.


고등학생땐 매일매일 공부할 목록을 기록했다. 주로 위클리 다이어리를 썼는데, 제일 위에는 한 주의 목표를 적고 매일매일 공부할 과목과 진도를 적어놓았다. 공부한 것들을 동그라미 치며 소소한 뿌듯함을 느끼고, 한 주의 목표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현재에 안주하는 나에게 채찍질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모든게 다 괜찮을 거라며 무한한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매일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책상 앞에선 고독할 수 밖에 없는 나에게 소중한 창구가 되어준 다이어리.


대학교에 와서는 수업 과제, 동아리 활동, 모임, 약속, 운동, 식단 등을 기록했다. 매일매일 무엇을 했는가보다는 다양한 활동의 스케쥴을 파악하기 위해, 그래서 해야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썼다.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했던 것은 운동과 식단. 이때는 주로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으로 일상 기록을 남기곤 했어서 다이어리에 하루 하루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쓴 적은 많지 않다. 가끔 삘 받았을때 다이어리 뒤에 있는 무지에 한바닥씩 감상을 남기는 정도. 한 1~2주씩 안 쓸 때도 많았다. 그래서 다이어리 중간 중간이 백지인 것들이 많다. 폰에서 캘린더 앱을 쓰면서 소홀해지기도 했다. 취준할 때 일정 관리가 필요해서 다시 다이어리를 열심히 쓰다가 취직 이후에 다시 소홀해졌다.


요즘엔 하루하루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남기려고 다이어리를 쓴다.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루틴의 일을 하다보니 생활이 많이 단조롭다. 이렇게 가다간 1년 2년이 훅가버리겠다는 생각에 살짝 무섭기도 하다. 대학생땐 매일매일 다른 이벤트가 펼쳐져서 그 이벤트로 과거의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데, 직장은 그러기 힘든 곳이다. 아무 기록도 없이 살다가는 하루하루가 그저 손바닥 위의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을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매일 쓰는건 어렵다. 이 100일 글쓰기도 그렇고. 매일매일 쓰는건 사치라는 생각에 한 주를 기준으로 있었던 일들, 하루하루 감정들을 기록한다. 요즘 인생에 목표가 없는데, 그 목표를 찾으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난 도대체 뭘 좋아할까, 하루의 대부분을 뭘 생각하고 느끼며 보내고 있는걸까. 앞으로 무엇을 더 배우고 나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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