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 옷들이 걸려있는 행거를 두어번 헤집는다.
아직 털옷은 일러.
박스 속에 잠들어있는 두꺼운 옷들을 꺼내 여름 옷과 교대하는게 귀찮아서가 절대 아니다.
1분 1초가 아쉬운 출근길에 발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아직도 살짝 후덥지근한걸.
게다가 지하철 난방은 어찌나 제멋대로인지 꼭 뛰어온 날은 에어컨을 안 틀어주더라고.
더우면 벗고 추우면 입을 수 있는 겉옷은 필수.
보이는 거라도 따뜻해보이면 좋으니까 어두운 색 위주로.
여름엔 발목 너라도 시원해라, 였지만
이젠 발목 너라도 따뜻해라- 는 마음으로 꺼내드는 긴 양말.
끝까지 올리면 촌스러우니까 복숭아뼈 위까지 살살 잡아내려 구불구불 주름을 만든다.
"가을엔 역시 버건디지!"
얼마전 면세점에서 무엇을 털어왔나 서로 구경하다
동시에 같은 색 가방을 꺼내들고는 빵-터져버린 친구와 나
단풍잎 한 장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듯한 착각을 주는 요즘의 데일리 백.
드디어 마지막.
하얀 운동화가 괜히 추워보여
살짝 때 탄 회색 운동화에 발을 우겨넣고
자 이제 가볼까
현관문을 슬며시 열면
스르륵 온 몸을 감싸는 차갑고도 상쾌한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