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이라는 실험실에서 발견한 시스템 결함들
입원 치료를 통해 내 증상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동안 단순히 우울하다고만 생각했지만, 사실 그 기저에는 거대한 '불안'이 깔려 있었다.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항불안제를 적절히 처방받자, 늘 나를 짓누르던 우울감도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내 시스템의 주된 버그는 우울도 있었지만, 제어되지 않는 불안이었다.
술과 우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뼈저리게 깨달았다.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시간이 지루할 때 나는 습관적으로 술을 찾았다.
술은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하고 잠시 기분을 좋게 만들지만, 결국은 심장 박동을 높이고 강렬한 자살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치명적인 트리거였다.
병동이라는 통제된 환경에서 술을 끊자, 비로소 내 감정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명확히 보였다.
병동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약의 부작용과 신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의료진과 상담하며 상태를 공유했고, 약을 빼먹지 않고 복용하며 시스템의 안정성을 체크했다.
중간에 진통제 복용으로 콩팥 수치가 잠시 높아졌을 때도, 즉각적인 피검사와 조치를 통해 3일 만에 정상 수치를 되찾을 수 있었다.
병동은 단순히 '갇히는 곳'이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의 신호를 가장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정밀 디버깅의 공간이었다.
4년동안 먹은 우울증약을 단번에 끊기는 힘들겠지만, 이제 외래 진료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퇴원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