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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Aug 30. 2020

30 - 38


30.
신호등이 달궈질 무렵서야
건널 수 없다는 걸 알았다



31.
재즈가 어울리는
추운 박자가 있

이곳보다는 저곳이

저곳보다는 이곳이

어울리다 못해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무음과 타음 사이에서
괜히 코가 뭉클하지
미소는 어째서 맘 놓고 숨을 쉬

어쩜 이리 하나도 맞지를 않지



32.

의미 없이 건넨 꽃에게서도
꽃말을 뒤적일 너에게서 웅크리는 일



33.
뜸해지는 것
참을 수가 없다



34.
나는 일상이 불가능할 만큼 행복하고 싶다



35.
돌아왔을 때
거절할 자신이 없어요

이 말로 웃음을 대신하고

거절을 웃음으로 대신하고

미안한 말은 끝끝내 없고



36.

여우는 웃을 때 어색한 아랫니를 보인는데

콧볼을 실룩이면서 눈을 반쯤 감고

입꼬리는 사선을 잘 지키면서 어깨를 살짝 들어

당신을 위해서 오래 준비했어요

미소. 라고 하는 것을 건네받았고

너의 이빨을 본 적은 없고



37.
솜과 멀어지는 거리
눈을 닮은 것이 가장 따듯할 때
닮을수록 반대라던데



38.
겨울이 되
나의 숨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제법 멀기도
제법 멀지 않기도 하다

숨은 누가 세어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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