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SJ Jun 30. 2021

3평 방에서 자가격리, 코로나에서 살아남기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코로나 일지 (2)


* 5주 전의 일기를 쓰는 것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끝까지 조심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현재는 미미하게 후유증이 있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 '확진받던 순간'을 기록한 이전 글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 그것도 스페인에서 (brunch.co.kr)





코로나에 걸린 걸 알고 나니 괜스레 더 아픈 느낌이다. 감기라고 생각했을 때는 '아 왜 물 마실 때마다 가슴이 좀 갑갑하냐. 식도염이 다시 생겼나'라고 가볍게 생각하던 것도 지금은 전혀 가볍게 생각할 수가 없다. 열과 몸살은 다분히 감기 증상과 같았었지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바로 이 가슴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이었다. 설마 코로나인가 싶어 몇 번 숨을 깊게 쉬어봤지만 숨 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을 때 더 불편함이 느껴졌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 아침이 되자 Osakidetza(바스크 지역 보건부/이하 '보건부'로 표기)에서 연락이 왔다. 언제부터 증상이 나타났는지, 그 이후 만난 사람이 누구이며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화였다. 질문에 모두 답하고 "저는 이제 뭘 해야 하죠. 이제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가슴이 좀 갑갑해요"라고 물어보니 보건소에 담당의사를 지정할 거고, 전화를 줄 거라고 한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은 '방에 가만히 있을 것'이었다


오후가 되자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 냉큼 받으니 보건소 의사 선생님이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목소리의 의사 선생님은 며칠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와 현재 상태가 어떤지 물어봤다. 나는 너무 긴장되고 우울하고 초조한데, 그의 목소리는 그저 일반 감기환자를 진료하는 듯 건조했다. 그 건조함이 묘하게 안심이 되다가도 불안한 내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는 했다


팔꿈치 뼈에 금이 갔을 때도 '응 별거 아니야'라는 느낌으로 깁스도 하지 않았던 스페인이다. -스페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 사람들은 아픔에 굉장히 예민하고 유난일 수 있으나,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인 내 눈에는 그들이 너무 설렁해 보인다- 나는 보건소 담당의에게 '가슴에 갑갑한 느낌이 있다. 엑스레이를 찍고 싶다'라고 말했고, 세 번을 같은 말을 했을 때야 어디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으면 되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동네 보건소에 가서 촬영을 할 줄 알았는데, 기계가 없는 것인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인지 다른 동네의 보건소에 가서 찍고 오라고 한다. 그로스(Gros) 보건소까지는 3km, 왕복은 6km. 사실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데 몸이 정상이 아니다 보니 매일 가볍게 걷던 이 거리가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좋았다. 10일간 작은 방에만 갇혀 지낼 것을 생각하니 첫날부터 눈앞이 깜깜했는데 맑은 날씨 아래에 예쁜 거리를 걸으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조금 걷다 보니 옆구리가 쿡쿡 쑤셨다. 꼭 달리기를 한참 할 때 숨이 차고 옆구리가 쑤실 때의 느낌과 같았다. 결국 몇 번을 길에 멈춰서 숨을 고르며 잠시 쉬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길을 오가며 턱스크, 코스크를 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분노와 억울함이 치밀었다


데스크에 접수를 하고 한 5분쯤 기다리다가 엑스레이를 찍고 나왔다. 당장 결과를 듣고 싶은데 결과는 내일 담당의가 전화해서 얘기해줄 것이라고 한다. 다시 3km를 걸어 귀가해야 한다 생각하니 괴롭다. 올 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걸어가면 괜찮겠지-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주 천천히 걸어가니 예상대로 숨이 별로 차지는 않았는데, 7층인 집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가니 다시 옆구리가 격하게 쑤셨다 -게다가 이 통증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후로 확진 판정을 받았던 분들의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본다. 센터에 들어가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그저 부럽다. 저녁은 뭘 먹을지, 내일은 뭘 먹을지 깜깜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이 사는 아주머니가 먹을거리를 조금 챙겨주시지만 매끼를 모두 얻어먹을 수는 없다. -아줌마는 챙겨주려고 했지만, 내가 민폐를 끼치는 기분. 게다가 그들과 우리는 식사 시간이 다르다- 사실 입맛도 없다. 그래도 먹고 기운을 내야 하니 먹어야 한다. 주방에서 조리를 할 필요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생각해내야 한다






메르까도나 슈퍼에서 사 왔던 마지막 쌀국수를 뜯었다. 입맛 없을 때 먹으려고, 나중에 아껴먹으려고 놔뒀던 건데 지금이 그 때다 싶다. 어제저녁도 오늘 점심 식사도, 고구마 반개 정도의 양도 음식을 삼키지 못했는데 쌀국수를 먹으니 그래도 입에 잘 들어간다


기운을 좀 차리고 인터넷을 켰다. 일단 슈퍼마켓 사이트에 들어가 물이며 과일이며,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주문했다. 이럴 때는 정말 인터넷의 존재가 그렇게 소중하고 고마울 수가 없다. 필요한 물건을 톡톡 클릭하고 주문하면 우리 집 앞으로 배달이 온다니! 연이어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국식품 마켓의 사이트에 들어갔다. 김과 참치를 비롯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주문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저녁도 잘 먹었으니 제발 잠 좀 푹 잤으면 했다. 가슴 통증이 누울 때면 더 심해져서 그런지 잠에 들면 난 꼭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악몽을 꿨고, 한참을 끙끙대다가 결국 "컥! 헉! 헉!"하고 숨을 뱉으며 잠에서 깼다. 잠이 보약이라는데 나는 잘 잘 수가 없었고 세 시간가량 선잠을 자는 게 전부였다. 나의 기대와 달리 이 날도, 다음 날도 나는 악몽과 가슴통증에 시달리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폐렴이 생겼다는 엑스레이 결과를 듣게 되었다




이전 03화 코로나에 걸렸다, 그것도 스페인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