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좋음

by 리릭

싫은 게 있으면 좋은 것도 있는 게 당연지사.


새좋음의 주인공은 차니다.


차니는 좋아하는 게 아주 많다.

엄마, 아빠, 형아, 까까, 맘마, 삑삑, 인형, 산책...

그중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아리송한 개체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다.


슈나우저는 독일 농장에서 쥐잡이를 위해 약 1400년대 말부터 독일에서 농장견으로 길러졌다고 한다. 가축 몰기, 쥐잡이, 짐수레를 끌기, 집 지키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물론 우리 쭌, 차니 같이 애완견으로 품종 개량된 미니어처 슈나우저가 아닌 스탠더드 슈나우저 아이들이 그런 활약을 수행했겠으나 DNA에 들어있는 고유 품성은 어느 정도 남아있을 것이다.


타고난 습성?

창문 너머 새가 지저귀기 시작하면 차니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으로 뛰어간다. 거실의 창 중 새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새에 집중한다.

새를 잡고 싶은 거면 짖고 으르렁대고 난리를 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새가 지붕 끝에 앉아 발톱으로 얼굴을 긁고 꼬리의 깃털을 쫑긋거리는 사소한 몸짓들을 초강력한 집중력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바라보던 차니가 앙! 앙! 짖고 낑낑 울면서 버둥거리는 순간이 있다.

새가 날아가버리는 순간이다.

멍멍 짖으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물고 와서 다시 새가 떠난 지붕을 바라보며 낑낑거린다.


마치


"친구야! 가지 마! 인형 줄게!"


하는 것처럼 애타게 운다.


한 번은 까치 한 쌍이 거실 창 앞 화분 거치대에 날아든 날이 있었다.

둥지를 지을 자리를 살펴보는 것인지, 한참 동안 이사 갈 집을 살펴보는 것처럼 화분 거치대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까치들을 발견한 차니는 후다닥 거실 창 앞으로 다가갔다.

까치와 차니는 얇은 방충망 하나 사이를 두고 1미터도 안 되는 간격을 두고 마주했다.

그런 가까운 사이를 두고 차니는 숨소리도 안 들릴 만큼 초집중 모드로 까치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한참 거치대를 살피던 까치들이 푸다닥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르자 "헉"하는 한숨을 내뱉은 차니는 공중을 향해 크게 짖었다.

짖어도 돌아오지 않는 까치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차니는 소파로 올라와 "끄응..."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으며 잠이 들었다.



친구 찾아 삼만리?


쭈니는 차니에겐 꽤 시크한 편이다.


소파 밑에 혼자 있길 좋아하고 같은 침대에서 살 부대끼며 자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차니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딱 붙어 체온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차니는 쭈니와도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가끔 파닥파닥 몸을 튕기고, 엉덩이를 바짝 치켜들고 가슴팍을 땅에 대면서 놀자는 신호를 쭈니에게 보낸다.

짧은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휙휙 돌리고 앞 발로 바닥을 땅땅 굴리면서 놀자고 도발한다.

그러면 무심하게 지켜보던 쭈니는 휙 돌아 제 갈 길을 가버리곤 한다.


물론 아주 드물게 도발에 응해줄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럴 때면 사방 천지를 우사인 볼트 1, 우사인 볼트 2 마냥 뛰어 다니는 야생견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도가 거절당하기 일쑤인 차니로서는 같이 뛰어놀 친구가 그립긴 할 거 같다.

그런 차니의 눈에 파닥파닥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눈앞을 어지럽히는 새들의 몸짓이 얼마나 재미나고 싱그럽게 느껴질 까 싶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친구들을 따라 뛰어다니며 놀고 싶은 욕망이 들끓겠지.

그런 차니를 볼 때마다 게으른 엄마는 죄책감과 함께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충분한 산책을 못해줘서 미안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마당을 마련해 주지 못해 미안해.'


귀여워서 죄송합니다.

가끔 차니의 귀여운 반응을 보고 싶을 때면 차니의 눈을 바라보고


"새?"


하고 하이톤의 한 마디를 내뱉아 본다.

그러면 어김없이 창문으로 달려간다.


"창문 열어줄까?"


하면 후다닥 달려가서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입에 물고 온다.


큰 인형을 입에 물어서 헥헥 거친 호흡을 하면서 요리조리 새를 찾는 똘망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이 우주상에 어쩜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까 싶다.


앵무새 친구 하나 만들어주면 좋으려나.

사람의 언어를 곧잘 습득하는 것처럼 차니의 언어도 습득 가능하지 않을까?


엄마는 차니어를 습득한 앵무새와 차니가 "멍멍" "왈왈" 대화하는 귀여운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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