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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블랙
03화
엄마라고 불렀다.
by
리릭
Sep 15. 2022
"차니가 "엄마"라고 불렀어!"
라고 얘기하면 다들 헛소리하지 말라며 비웃는다.
하지만 내 귀로 똑똑히! 단디! 들은 "엄마"라는 소리를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날, 남편과 나는 차니와 놀고 있었는지, 간식을 주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애정의 미소를 함박 머금고는 차니를 향해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는 것은 또렷하게 기억한다.
차니는 빛나는 까만 눈동자를 들어 엄마, 아빠를 쳐다보다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고 얌전히 앉았다.
그러고는 눈싸움하듯 시선을 우리에게 명확히 둔 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런 아이가 귀여워서 우리 또한 눈을 떼지 못하고 시선을 마주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차니가 눈을 "꾸움뻑"하더니 입을 벌렸다.
"어엄마아~"
조용한 공기에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차니의 목소리에 남편과 나는 동시에 마주 보고는 말을 잃었다.
"엄마라고 한 거 맞지?"
남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했다.
우리는 동시에 차니를 와락 끌어안으며 이뻐 이뻐 뽀뽀뽀뽀를 작렬했다. 기습적 애정에 기겁한 차니는 도망칠 궁리를 모색하듯 눈알을 데굴거리며 내 얼굴을 앞발로 밀어내고 있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차니의 "어엄마아~"는 크게 하품을 하던 차니의 성대가 만들어 낸 절묘한 소리였다는 것을.
"어얼엄마아아~~~"
시원하게 하품을 쏟아내고 나니 자신에게 와락 달려들어 거칠게 애정질하는 엄빠가 차니는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생각하니 웃기고 미안하다.
하지만 행복한 착각을 믿고 싶은 부모의 마음엔 단호한 이성이란 없는 것이다.
그저 브레이크 없는 팔불출이고 싶을 뿐이다.
오늘도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가져본다.
"엄마, 사랑해~."
"엄마, 나 아파..."
아이에게 내가 꼭 필요한 순간, 내가 아이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길.
아이를 제대로 지켜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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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내 사랑, 블랙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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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엄마라고 불렀다.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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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새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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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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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구리한 감정에 휘둘리는걸 은근 즐기는, 되도록 최선을 다해 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픈,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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