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블랙

by 리릭
까만 반려동물은 인기가 없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펫샆에서도,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도.


선택받지 못한 까만 아이들은 하얀 아이들이 새 가족의 품에 안겨 그곳을 떠나는 모습에 어떤 마음이 들까.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면 참 서글프고 부럽겠다 싶다.

나 또한 하얗고 작은 강아지들의 까만 콩 세 개가 콕 박혀있는 얼굴을 보자면 오금이 저리게 좋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취향이 바뀐 계기가 있었으니, 그건 애정이었다.





첫째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신림동에 위치한 가정집 앞 편의점에서 견주를 만나기로 했다.

친구와 함께 도착한 그곳엔 어미개와 새끼 강아지 세 마리가 가족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어색한 인사 후 강아지들을 살펴보는데 유난히 작고 까만 아이가 처음 본 내게 돌진하더니 거침없는 뽀뽀를 하며 품에 안겨들었다. 작고 날카로운 발톱을 니트 섬유 사이에 박아 넣고 가열차게 콧구멍을 핥아대는 바람에 호흡이 버거울 지경이었지만 아이의 뽀뽀를 피하기 싫어 입을 벌려 호흡하며 그 눅눅함을 즐겼다.

같이 간 친구는 아이가 다른 애기들에 비해 작고 연약해 보인다고 다른 아이로 데려가자고 걱정했지만 내 품에서 니트에 단단히 발톱을 박고 있는 아이에게 난 이미 간택을 당했기 때문에 게임은 끝난 것이었다.


"엄마한테 인사해, 아가."


엄마 강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키려고 떼어내려 했지만 끝내 엄마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내 품에 안겨들던 아이는 집으로 가는 한 시간 동안 내 얼굴을 핥아대며 애교를 떨었다.


그렇게 첫째 강아지는 나의 1호가 되었다.





첫째 강아지가 7개월에 들어설 무렵, 친구의 영업에 홀딱 넘어간 나는 둘째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한 아이를 보자마자 심장이 쿵하고 크게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속 아이는 온통 까만 작은 몸에 유난히 또렷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첫눈에 이 아이다!라는 생각이 들만큼 강렬한 확신에 당장 아이를 데려오기로 결정을 하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둘째 아이와 첫 만남을 할 수 있었다.

지금껏 그렇게 작은 강아지는 본 적이 없을 만큼 작았던 둘째 아이는 처음 보는 나를 또렷한 눈동자로 응시했다. 그러고는 아장아장 걸어와서 내 다리사이로 파고들더니 똬리를 틀고 잠이 들었다. 또렷하게 응시한 눈망울로 내가 자기 엄마인걸 확신한 걸까? 내가 사진 속 아이를 확신했던 거처럼? 작은 온기로 감동을 잔잔히 주던 작고 당찬 아이는 나의 2호가 되어 어느덧 10살의 할배가 되었다.




퇴근 후, 1호, 2호 강아지들의 엉덩이를 토닥이고 품에 안아 쓰담 쓰담하는 일상이 행복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요즘, 사무실 창고에 어미 길냥이가 산실을 차려 아기 고양이 7마리를 출산하는 이벤트가 벌어졌다.

어미가 삼색이에 아빠가 치즈냥이라서 그런가 다양한 무늬와 색감을 가진 일곱 마리 아가들이 어미 태안에서 건강히 자라 무사히 세상에 숨을 내뿜었다.

갓 태어난 아가들을 살펴보던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한 아이가 있었다.

온통 까만 털 중에 우유를 마신 듯 하얀 주둥이와 하얀 양말을 신은듯한 흰발, 반달 가슴곰의 무늬를 가진 가슴이 깜찍한 까망냥이었다.

눈도 못 뜨고 탯줄도 마르지 않은 까망냥이는 유독 뽈록한 배를 자랑하듯 하늘로 드러내고 형제들 틈에서 잠이 들어 있었다.

업무를 하던 틈틈이 힐링을 위해 창고에 내려가 아가들을 지켜본 지 열흘쯤 지나서인가. 여느 때처럼 아가들을 보러 내려가서 높은 책선반 위에 자리 잡은 아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 둔 책꾸러미를 치우자 말똥말똥 눈을 뜬 아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를 쳐다보았다.

거대한 인간의 얼굴을 마주한 대부분의 아가들은 혼비백산 뒤엉켜 숨기 바빴다. 그런데 까망냥이는 이제 막 뜬 맑은 눈동자로 나를 빤히 보더니 엉금엉금 기어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거침없이 내 품에 안겨들어 야옹야옹하며 울었다.

무게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고 따스한 존재를 가슴팍에 안고 손으로 포근히 감싸주자 까망냥이는 이내 울음을 멈추고 조용히 졸기 시작했다.

아가 냥이를 방문할 때마다 까망냥이는 조금씩 익숙해지는 엉금거림으로 내 품에 안겨든다.

그럴 때마다 내 품엔 따스함과 동시에 어쩔 줄 모르겠는 애정이 피어난다.




까만 아이에 대한 애정의 시작은 우연이 맞다.

하지만 되풀이되는 우연은 운명이라 했다.

그래서 나에게 까만 아이들은 운명이다.

기어이 사랑하게 되는 운명.


내 사랑,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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