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니랑 형아랑

by 리릭

쭈니에게 2호 형아는 조금 특별하다.

나에게 퍼부은 진한 뽀뽀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한 덕분에 3호 아들로 입양이 된 쭈니는 어린 나이에 처음 타본 차가 꽤나 피곤했었는지 집에 도착한 후 곤히 잠이 들었다.

아침까지 엄마 품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던 쭈니는 어젯밤 본인이 쉬야로 마킹해 둔 배변패드 위로 올라 모닝 소변을 시원하게 하고 기지개를 켰다.


방문 밖에서 삐그덕 인기척이 났다.


나는 기지개 켜느라 납작하고 길게 뻗어있던 쭈니를 재빨리 들어 안고 품에 숨겼다.

그리고는 방문을 열었다.


막 잠에서 깬 2호 형아는 퉁퉁 부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비적거리며 거실로 비틀비틀 걸어왔다.


"보여줄 게 있어."


"... 뭔데?"

품에 숨겨두었던 쭈니를 조심스레 꺼내어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어?! 뭐야~"


퉁퉁 부어 작아졌던 2호 형아의 눈이 번쩍 커지더니 이내 예쁘게 반달로 접으며 함박 웃었다.

그리고는 쭈니를 안아 들었다.

쭈니는 어젯밤에 나에게 그랬던 거처럼 작고 따뜻한 혀를 날름거리며 2호 형아의 얼굴을 사정없이 핥았다.

키득키득 웃으며 쭈니에게 뽀뽀세례를 받는 중학생의 2호 형아는 그렇게 쭈니의 찐! 형이 되었다.


워낙 배려가 넘치고 스윗한 면이 많은 2호 형아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그런 종류의 아이였다.

중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면서 교복을 단정히 입고 빈소를 지키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신발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치우고 음료를 채워 넣으면서 손님들에 대한 예의를 다할 줄 알았고, 병원도 약국도 문을 닫은 휴일에 내가 방광염에 걸려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문 연 약국을 찾아 약을 사서 손에 쥐어줬다.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눈동자가 안 보이게 예쁘게 눈을 접어 웃으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대화할 줄 아는 예쁜 아이.


그런 2호 형아는 쭈니에게도 한 없이 다정했다.

거칠지 않은 부드러운 손길로 쭈니를 쓰다듬고, 보듬어 안아줬다.

쉬야, 응아 실수를 해도 혼내지 않고 부드럽게 격려하며 치워줬다.

늘 웃는 얼굴로, 늘 부드러운 목소리로 "쭈니~"하고 불러줬다.

놀아줄 때는 아가 강아지인 쭈니의 에너지가 행복하게 소진될 수 있게 힘껏 놀아줬다.

그래서 쭈니는 늘 2호 형아를 바짝 휜 입꼬리와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마주했다.



성인이 된 2호 형아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예쁜 여자 친구와 둘 만의 데이트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듯 느껴질 시절이었을 텐데, 데이트를 할 때면 쭈니와 차니를 데리고 나가 함께 노는 일이 많았다. 데이트 코스 자체를 애견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택해 쭈니, 차니를 신나게 놀 수 있게 했다.

쭈니는 2호 형아의 여자 친구를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사랑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누나가 형만큼이나 좋았다.



2호 형아는 대학에 가는 대신에 취업을 선택했다.



공부에 뜻이 없는데 고학력 채우려고 굳이 비싼 등록금 내가며 대학 가고 싶지 않다며 취업을 했다.

애견 용품을 제작 판매하는 회사에 취업을 했는데 그곳은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도 가능한 곳이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쭈니는 2호 형아와 출퇴근을 함께 했다.

그곳에서 개싫은 성향상 다른 개님들과 사이좋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개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쁨을 받아가며 함께 근무를 하고 퇴근을 했다.


쭈니가 2호 형아와 함께 한 일상은 즐거움이었다.



이제 3호 쭈니는 10살, 2호 형아는 23살이다.


2호 형아는 성인이 되었고, 쭈니는 할배가 되었다.


성인이 된 2호 형아는 언제나처럼 다정하다.

집에 오면 쭈니를 제일 먼저 안고 둥가 둥가 예뻐해 주고, 잘 시간이 되면 쭈니와 함께 2층 방으로 올라가 쭈니가 편히 잘 수 있는 자리를 침대 맡에 마련해 두고 함께 잔다.


할배가 된 쭈니는 언제나처럼 아가 같다.

할배처럼 뭉기적 뭉기적 걸어 다니다가도, 소파 밑에서 나른한 잠을 자다가도, 2호 형아가 나타나면 아가 강아지처럼 날쌔게 달려가 애교를 떤다.



찐! 사랑이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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