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사놓았던 삑삑이와 나란히 뉘어놓으면 크기가 비슷할 정도로 작아서 탄성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수제비 쪼끔 떼어놓은 거 같은 귀, 검정콩 얹어 놓은 것 같은 눈/코/입, 유치는 또 얼마나 날카로운지 장난친다고 앙! 물 때면 바늘로 콕콕 찔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가는 다리와 손톱 만한 발바닥으로 당당하게 걷는 모습은 결코 하찮지 않았고,
상대를 당당히 정면으로 응시하는 눈빛은 강렬해서 카리스마가 뿜뿜했다.
방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쭈니용 배변패드로 아장아장 걸어가서 킁킁 냄새를 맡더니 병아리 오줌만큼 쉬 자국을 남기고는 자기 자리라는 듯 당연스럽게 내 다리 위로 올라와 잠이 든 당당함은 첫째 쭈니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더없이 작았지만 똑 부러지고 앙칼지던 차니.
사료를 먹기도 얼마나 잘 먹는지,
성장발달에 맞게 미지근한 물에 불려준 부드러운 사료는 거부하고, 바늘 같은 이빨로 쭈니의 건사료를 오독오독 씹어먹으며 사료를 뺏겨 당황하며 방황 중인 쭈니가 곁에 오면 앙칼지게 짖어서 쫓아버렸다. 그럴 때마다 쭈다닥!! 도망가던 쭈니는 밥 뺏긴 것도 짜증 나는데 바보같이 도망친 게 억울한지 멀찌감치 떨어져서 "워워워워워!!!"하고 울부짖었다.
많이 건방지긴 하지만 저토록 작은 아가가 잘 먹는 게 대견해서 우리는 "사료 무한리필"을 시전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인가...
차니의 성장세는 남달랐다.
4개월 무렵엔 쭈니와 몸통 두께가 비슷해지기 시작하더니,
머리 크기마저 따라잡기 시작했다.
5개월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즈음,
"차니한테는 좀 크게 입히자."
라는 생각으로 쭈니랑 같은 사이즈의 때때옷을 사서 입혔더니 털 찐 상태를 감안하고서라도 저리 짦뚱한 기장과 슬림핏의 맵시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커진 뱃고래 덕에 조롱박 몸매를 가지게 되어 상의는 돌돌 말려 올라가기 일쑤였고,
더 이상 쭈니 형의 옷을 물려 입을 수 없는 몸이 되어 갔다.
차니의 엄마 아빠가 5킬로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 소형 슈나우저라 아마 차니는 다 커도 6킬로가 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차니의 급속한 성장세는 당황스럽기도, 놀랍기도 했다.
그렇게 어버버 하는 사이,
차니는 6.5킬로의 쭈니를 가뿐히 능가하는 머스마가 되었다.
몸무게 720g의 당당한 쪼꼬미 아가에서, 몸무게 8kg의 단단한 슈나우저가 되었다.
아기 때부터 차니를 봐왔던 지인들은
"차니가 이렇게 거대해진 원인은 다 어미 탓이다."
라고 원인 파악 및 결론을 내린다.
인정한다.
차니 거대화에 90퍼센트는 내가 일조한 게 맞다.
맘마도 원 없이 주고, 까까도 수시로 주고...
살찌고 크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미식의 즐거움에 심취하듯이, 길지도 않은 견생, 맛난 거 잘 먹고사는 게 차니에게도 큰 즐거움이지 않겠나.
그래서 나는 먹을 거 앞에서 애교스러운 발짓과 미소를 발사함과 동시에 절절한 눈빛을 보내는 멍멍이들을 외면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