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는 너~어무 이쁘다!
쭈니를 입양하고 백신을 맞히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쭈니를 살펴보며 감탄을 내뱉으셨다.
'립서비스이신가?'
하는 의심을 살짝 하긴 했지만 내 아이가 이쁘다니까 그저 좋았더랬다.
쭈니가 병원을 갈 때마다 선생님은 감탄하셨다.
"너는 진짜 이쁘다."
개아가일 때도, 개린이 일 때도, 개소년일 때도 한결같이 쭈니의 미모를 칭찬하셨다.
나는 늘 의심했다.
하지만 차니 입양 후 병원을 방문했던 날, 나는 선생님의 멘트가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너는... 좀... 못난이네?"
그러고는 쭈니를 안아 들고
"아~~ 얘는 진짜 이쁘다!"
중후한 연세의 의사 선생님이 목소리의 톤을 높여 쭈니를 이뻐하시는 것이었다.
'아.. 선생님... 솔직하시네...'
쭈니는 몸매가 슬림하고 다리가 긴 편이다.
유독 뒷다리가 길어서 마치 킬힐을 신은 듯 엉덩이가 하늘로 솟구친다.
일자로 쭉 뻗은 다리 또한 일품인데 여기서 더 감탄스러운 부분은 그의 워킹이다.
일자로 다리를 포개면서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 리듬을 타며 걷는다.
마치 쁘레따뽀르떼 런웨이 위의 모델처럼 우아하다.
산책을 할 때면 시선으로 녀석의 뒷모습을 좇곤 한다.
황홀감에 가늘어진 눈을 잔뜩 휘고는 연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아휴... 어쩜 저렇게 이쁘게 걷냐. 어쩜 저렇게 우아하냐..."
혼잣말을 하다 보면 자랑이 하고 싶어 진다. 하여 저만치 차니를 데리고 앞서 가는 남편을 목청껏 불러 세운다.
"자기야, 쭈니 걷는 것 좀 봐. 너~~~ 어무 우아하잖아~"
허구한 날 감탄하다 보니 이제 남편은 듣는 둥 마는 둥 반응하지만 우아한 걸음걸이의 쭈니는 매번 나를 감탄하게 한다.
그래서인가 녀석은 지가 이쁜 걸 좀 아는 것 같다.
자고 일어나 털이 잔뜩 헝클어지고 찌그러져도 코끝을 바짝 세우고 눈빛을 쏘며 앙다문 입매무새로 자신을 아기 취급하는 2호 형아를 언짢게 응시하곤 하는데 그때의 쭈니는 도도함을 결정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마사지를 해줄 때가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을 다해 주물러 드린다.
그때의 쭈니는 청담동 고급 마사지 샵에서 시술을 받는 사모님처럼 부드럽게 전신에 힘을 빼고, 단정하게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않는다.
마사지 압을 강하게 하여 주무르면 앞발을 들어 X자를 만든다.
그 의미가 마사지가 강하니 강도를 조절하라는 뜻인지, 마사지가 시원하니 좋다는 뜻인지 알지 못한다.
오직 쭈니만이 그 의미를 알고 있을 뿐. 하여 나는 섣불리 추측치 않겠다.
허나 여기서 내가 접한 한 가지 진실은 쭈니는 몸짓마저 우아하다는 것이다.
하도 이쁘다, 이쁘다 하다 보니 쭈니가 조금은 만만하게 여기는 특정인에 대해 버릇이 없어진 경향이 있다.
(*여기서 특정인이란 제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쉽사리 짐작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특정인의 명예를 위해 실명 또는 호칭은 거론하지 않겠다.)
"쭈니~"
예쁘게 불러도
"으르르르..."
하고 대답한다.
자업자득이라고, 짓궂은 장난을 너무 자주 쳐댄 그 특정인의 잘못이 크긴 하다. 하지만 이름만 불러도, 쓰다듬으려 해도 개로서 가진 무기인 "으르렁"을 시전하는 녀석은 분명 그 특정인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게 맞다.
가끔은 "쭈니, 이리 와~"해도 무시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리듬에 타며 우아한 걸음으로 개무시하고 자기 길을 간다.
화난 특정인이 쭈니를 안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혼을 내면 살짝 기죽은 연기를 하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입가와 낮게 들리는 "으르르르.."소리는 숨기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쭈니가 불의(또는 특정인)에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으르렁대는 모습에는 우아와 기품이 보인다.
그래서 재빨리 혼내지 못하고 히죽히죽 웃으며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게 참 곤란하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고, 고슴도치 같은 내 쭈니 자랑이 너무 심했구나 싶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라고 외친 모 드라마 속 그 남자의 대사로 같잖은 변명을 하면서 이만 내 새끼 자랑질을 마감하겠다.
예쁜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