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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Dec 08. 2022

1. INTRO

들이마시는 건 제법 익숙해졌지만 내뱉는 건 아직도 어설프다.

소리 없이 연기를 뱉을 순 없을까.


후우우…


크게 나는 입 소리가 촌스러워 불만이다.


바람결을 따라 유영하던 담배 연기가 방충망을 빠져나갔다. 하얗게 존재하던 연기는 방충망을 통과함과 동시에 하늘로 치솟으며 투명하게 자취를 감췄다.


문득 올봄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났다.


화장터에 도착해서 화장로로 들어가기 전, 운구된 관은 가족들이 슬퍼할 틈도 없이 추모공원 담당자에 의해 지정된 방으로 사라졌다.


화장로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아빠의 관을, 가족들은 대기실에서 화면으로 지켜보며 오열해야 했다.


육신의 안녕을 고하는 그 시간에 오롯이 혼자였던 아빠는 외로웠을까.


한 줌의 재가 되기 전, 연기로 육신의 흔적을 날려 보냈을 아빠.


‘아빠의 연기도 하늘로 투명하게 사라졌을까.’


혹시나 좁고 뜨거운 화로에 막혀 하늘로 투명하게 사라질 기회를 놓쳤을까 덜컥 겁이 났다.


두 손을 꽉 잡고 하늘을 향해 크고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아빠! 엄청 큰 소리로 요란스럽고 촌스러워도 괜찮으니까 부디 무사히 투명해졌어야 해! 해본 적 없으니까 어설퍼도 돼! 무사히 갔으면 된 거야!”


거세진 겨울바람이 빨아대는 탓인지 빨갛게 달아오른 담뱃불이 열을 올리며 담배를 태웠다.


겨우 니코틴 0.1그램짜리 담배를 한 대 피우는 게 요즘 유일한 취미인데 그걸 홀랑 도둑질해서 피우는 바람이 참 얄미웠다. 그렇다고 첫 대 만큼 맛나지 않을 두 번째 담배를 물고 싶지는 않았다.


깊게 빨아들인 담배를 오래 머금다가 후우, 촌스럽게 뱉어냈다.


살짝 어지러운 뇌.

온몸에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나른함. 목구멍에 가득 찬 재떨이 냄새.


휴지에 진득한 침을 뱉고 그 사이로 꽁초를 숨겼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눈치만 보고 있던 나루랑 눈이 마주쳤다. 나루는 그 답지 않은 뻣뻣한 꼬리 짓으로 아는 척을 했다. 곁눈질과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는 여전히 유지한 체 다시 친해야 할지 고민하는 꼬리가 몹시 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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