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개인적으로 마치 이혼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서로를 믿는다고 말은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라는 마인드와 배우자를 못 믿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무의식 중에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믿었으면 공유하지 않았을까? 물론 돈을 따로 관리함으로써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각자 얼마 낼지 정하는 것도 너무 짜친다.
그래서 나는 후자의 경우를 선호한다. 결혼이라는 것은 기쁜 일, 힘든 일 뭐든 같이 해결해 나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모든 돈은 숨기는 것 없이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돈을 같이 공유하고 관리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누가 주로 관리할 지에 대해서도 정해야 하는 것도 일인데, 돈을 누가 벌든 당연히 돈 관리 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
본인이 집안일을 하고 배우자가 돈을 벌어온다고 가정해보자. 어느 날, 일반적인 지출이 아닌 개인적으로 어떤 일이 생겨서 돈이 필요하게 될 경우에배우자에게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말 꺼내기 힘든 것이 정상이다. 바깥일과 집안일의 힘듦의 정도는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돈을 남자가 벌더라도 똑같이 가정을 위해서 고생하고 있고, 단지 돈을 벌어오는 주체가 남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나는 내가 돈을 버는 경우에 배우자에게 "너도 내가 돈을 버는 것과 같이 희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돈이 필요하게 될 경우에 너에게도 권리가 있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고 말을 꺼내 달라"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 간의 채무 관계에서도 돈을 빌리기 전에 채권자는 갑이고 채무자는 을이지만, 돈을 빌리고 나서는 그 관계가 바뀐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채무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채무자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매달 상황도 보고하며 이자도 주면서 행동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에 갑을관계가 바뀐다. 나는 위 상황이 이 관계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본다. 돈을 벌어오는 쪽에서도 배우자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관계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요지는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배우자도 서로 고마워할 줄 알며 무슨 일이 생기든 충분한 상의를 통해결정하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