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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두니 Apr 12. 2021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법

런데이 달리기 앱 체험기

첫날부터 무기력했다.

여느 하루의 첫날이 아닌, 무려 새해 첫날부터!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아무것도 안 하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지냈지만 그 상태가 마음에 들진 않았다. 스스로 벗어날 힘은 없어서 그저 탱자탱자 띵가띵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동화 모임 날이 되었다. 줌 zoom으로 만나는 글동무들은 언제 봐도 좋았다. 온갖 수다가 오가던 중 이야기는 '달리기'로 이어졌다.

매사에 열심이고 똑 부러지는 달* 님이 달리기 앱을 깔았다는 말을 했었다. 벌써 추천을 해 주었는데 언젠가 해봐야겠다, 하고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한 분도 그 앱을 깔았고 서로 친구로 등록해 서로의 달리기 상황을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데서 급 매력을 느꼈다.


사실 '달리기'는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한 시간 걷기만 해도 무릎이 시큰거리는데 언감생심 달리기라니!

달* 님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었단다. 하지만 앱의 설명을 따라 하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건 달리기를 매일 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만 하면 된다는 데서 부담감이 확 줄었다.


한번 해 볼까?

이렇게 마음먹는다고 또 바로 하게 되고 그러진 않잖은가. 그렇게 어영부영했다.

겨울임에도 화창했던 어느 날, 가슴속엔 답답증이 올라왔고 나가 걷고 싶어 졌다. 유독 몸이 가볍게 느껴졌고 뛰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때 달리기가 떠올랐다. '런데이'  앱을 깔고 가장 기초단계를 클릭했다. 그때부터 나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이어폰으로 젊고 활기찬 남자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 5분간은 워밍업 걷기였다. 걸으며 트레이너의 기본 설명을 들었다. 기초 과정은 8주이며 최종 목적은 30분간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라 했다.

풉! 30분?!!! 코웃음이 나왔다. 말도 안 돼!


뛰는 건 한 번도 안 해보셨다고요? 잠깐 뛰는 것도 부담스러우시다구요? 괜찮습니다. 저만 믿고 따라 하시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빨리 달리는 게 절대 아닙니다. 일정한 속도로 오래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마음을 살살 간질이며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5분 걷기 후 첫 달리기가 시작됐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1분간 달렸다. 뚜뚜뚜뚜~ 시간을 카운트해 주기 때문에 알려주는 대로 하면 되었다. 1분 달리기는 일도 아니었다. 설렁설렁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빨리 걷다시피 달렸다. 그다음은 2분간 걷기였다. 1분 뛰고 2분 걷는 과정 5번 반복이면 오늘 미션 끝이었다.


에이~ 뭐야? 너무 쉬운데?

1회 트레이닝을 마치고 나니 '이거 계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나도 힘들지 않은데 그다음 날은 굳이 쉬라고 해서 쉬었다. 그러고는 2회, 3회 트레이닝이 계속 이어졌다.

달리기 시간은 1분 30초, 2분, 2분 30초로 날이 갈수록 늘어났지만 이전 회차에서 달리기를 한 터라 큰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었다. 2분이 넘어가면 슬슬 힘이 드는데 이 트레이너가 또 그런 걸 놓치지 않는다.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 지금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당신은 그들보다 앞서 나가는 겁니다. (ㅋㅋ) 와! 대단합니다! 힘든 코스였는데 그걸 해내셨군요!


이런 식이다.

글로 보면 좀 웃길 수 있지만 숨을 헐떡이며 뛰는 순간 저 소리를 들으면 희한하게 힘이 난다.

게다가 동화 모임 글동무들이 달리기 크루가 되어 앱 안에서 하나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는데, 달리고 있으면 크루들이 응원을 보내준다.

와~~ 짝짝짝! 달* 님이 응원을 보냈습니다!

한계에 다다른 순간에 응원 박수를 받으면 그게 또 그렇게 힘이 난다.


결국 난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와! 짝짝짝!!


8주 기초 단계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계속 달리기를 하고 있다. 물론 다리를 쭉쭉 뻗으며 힘차게 달리는 모양은 절대 아니다. 중력을 거슬러 땅에서 1mm라도 발을 띄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뛰는 걸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걷기보다 더 속도가 느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달리기를 했다는 것. 속도야 어떻든 30분을 내리 달릴 수 있다는 것. 이 페이스가 깨지지 않도록 애쓰고 노력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한 단계에 도달했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매회를 완수할 때마다 뿌듯했고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성취감과 자신감이 생겼다.

운동에는 소질이 1도 없는 내가 30분을 내리 달릴 수 있다니!


달리기를 하다 보니 무기력감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따지고 보면 달리기 시간은 이틀에 40여분. 이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의욕을 되찾을 수 있다면 굉장히 훌륭한 치료제가 아닌가!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노력해서 성취감을 얻는 것! 이것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막연히 하는 말이 아닌, 직접 체험한 것이니만큼 신빙성이 높지 않은가.


달리기 한 번 도전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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