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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영주 Jan 18. 2024

교포 2세와 연애 장단점

재미교포 1세: 성인이 된 후 이민온 사람들

재미교포 1.5세: 성인이 되기 전 이민온 사람들

재미교포 2세: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아온 사실상 그냥 미국인.. 


 아이작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평생 자라온 교포 2세다. 보통 교포 2세는 한국어를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작은 그래도 꽤? 하는 편이다. 사실 처음엔 많이 놀랐다.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봐서 약간 모자란 사람과 만나는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웠다.(아이작 미안ㅠㅠ) 내가 이런 솔직한 내 마음을 이야기하니 자긴 평생 똑똑한 사람 취급받고 살았는데 그런 피드백이 새롭고 웃기다고 했다. 자기의 새로운 모자라 보이는 정체성이 interesting 하다고 좋아했다.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 갈게요. i am 신뢰에요~" 최근 전청조의 교포 흉내 말투 밈이 유행이었는데 그것을 보며 크게 웃었다. 왜냐하면 real 교포말투는.. 더 귀여우니까..



내가 촬영 때문에 집을 비워서 아이작이 두칠이를 봐주고 있었는데 이렇게 문자가 왔다. "예 씨만 하고 똥은 안 쌌어" 아이작은 보통 들리는 대로 적는다. 예= 얘 씨=쉬. 이런 문자를 주고받을 때 더 느낀다. 아 정말 외국인이구나.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은 몸 관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가끔은 번역기를 사용하는지 번역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로봇과 대화하는 기분. 웃기고 귀엽다. 


우리는 그럼 주로 어떻게 소통할까? 먼저 문자를 주고받을 땐 아이작은 영어로 나는 한국어로 텍스트를 쓴다. 이걸 보고 자기가 편한 대로만 소통한다며 정주가 웃었다. 근데 사실 우리는 문자를 거의 잘 안 하는 편이다. 대신 전화를 한다. 요즘은 전화공포증이 많다던데, 우린 전화가 더 편한걸 보니 예전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92년생 89년생) 


 전화로 소통할 땐 영어와 한국어를 반반 섞어 쓴다. 처음엔 그런 소통방식이 좀 어색했는데, 지금은 영어든 한국어든 뭐로 말해도 어색함이 없다. 섞어 쓰는 게 우리의 디폴트가 된 느낌. 덕분에 나는 영어가 아이작은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 




교포 2세 남자친구와 연애의 장단점을 정리해 보았다.  


장점

1. 독특하고 신박학 애정표현을 들을 수 있다. 

2.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 

3. 세계가 넓어짐 (새로운 문화 배우기)


단점

1.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한 단어들을 몰라서 설명해줘야 함

2. 롱디를 해야 한다

3. 가끔 문화차이 때문에 부딪칠 때가 있다.



먼저 장점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독특하고 신박한 애정표현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신박한 표현들을 구사한다. 예를 들어 

"나 마음에 영주밖에 없어"

"나 외로운 게 어떤 느낌인지 생각나지 않아"

"만나서 반가워"

"나 그냥 행복한 게 아나리 '깊게' 행복해"

그냥 보고 싶다~ 사랑한다~ 그런 표현보다 조금 더 원초적이고 순수한 표현들이 사용된다. 그리고 같은 말이라도 영어식 한국어로 들으니 기분이 새롭다. (아이작이 표현을 잘하고 말을 예쁘게 해서 그런지 다른 교포들도 다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의 신박한 표현들이 좋았다.)


두 번째는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다. 아무래도 계속 영어를 쓰다 보니 영어에 빨리 익숙해진다. 아이작 친구들도 다 교포 거나 외국인이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영어가 빨리 는다. 


세 번째는 세계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작의 각국의 다양한 친구들이 내 친구가 되고 그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배우게 되고, 그로 인해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작은 University of michigan을 졸업했는데 이 학교 출신들은 대부분 미시간 풋볼에 진심이다. 미시간 풋볼에 저렇게 진심으로 옷을 사 입고, 다 같이 모여 응원하고, 매 경기를 챙겨보며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했다. 미국은 학교 스포츠가 거의 월드컵만큼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새롭게 배웠다. 이런 아예 몰랐던 세계에 입문하며 세계가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새롭고 즐겁다. 



그럼 단점도 살펴보자.

첫 번째 단점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한 단어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하나하나 설명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빨주노초파남보중에 나 보면 무슨 색깔이 떠올라?'라고 남자친구에게 물어는 게 릴스에서 유행이라 나도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질문을 하는 순간 아이작이 "what?? what is 빨쥬노?" 하며 맑은 눈으로 돼 물었다. 이런 케이스가 많다. 이건 알겠지? 하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많고, 그랬을 때 하나하나 설명해 줘야 그다음 이야기로 전진이 된다. 뭐 이 부분은 아이작도 나에게 불편할 것 같다. 영어로 설명하다 내가 못 알아들으면 단어뜻부터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줘야 하니까.


두 번째 단점은 가장 치명적인데, 롱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만나더라도 둘 다 비자가 없어서 3개월에 한 번은 외국에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한다. 지금도 우린 롱디 중이다. 나는 한국, 아이작은 미국에서 매일 통화를 하며 지낸다. 결혼을 하고 비자를 신청해도 비자 나오는데 1년은 족히 걸리기에.. 롱디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세 번째 단점은 가끔 문화차이로 부딪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파티문화가 없는데 미국은 파티+네트워킹 문화가 있다. 아이작이 친구들이랑 압구정 로데오에서 만나는데, 랜덤 한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보통 오랜 인연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그 마저도 시간이 없어 잘 못 만나는데 랜덤 하게 다 같이 모여 파티하는 미국식 파티문화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러다 아이작을 따라 함께 파티에 다니고 거기서 소중한 친구들을 사귀게 되며 이제는 그 문화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린 가끔 문화차이로 부딪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이번에 미국에 놀러 가 아이작의 어린 시절 사진들을 보며 그가 찐 뼛속까지 미국인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나와 살아온 환경이 아예 다르다는 것을 사진을 보며 더 느끼게 된 것이다(한국인 친구가 거의 없이 자란 아이작). 나는 아이작이 검은 머리에 한국인 같이 생겨서 그냥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이작의 한국어는 엄청 뛰어난 거였다. 모자라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어린 시절엔 한국어를 하나도 못 하다가 20살 넘어서 드라마 보며 한국어를 독학한 아이작.


재미교포 2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꼭 기억하시길. 이들은 그냥 미국인이다. 검은 머리에 속지 말고 외국인으로 바라봐주고 이해해줘야 한다. 한국인의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걸 기억하자. 




AI아닌 찐 미국식 졸업사진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
우리의 다른 국적의 여권. 출입국도 다른 출구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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