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AID YES! 깜짝 프러포즈와 약혼식
2024.3.31 일요일, 친구들과 호캉스를 가기로 한 날이었다. 17년 지기 친구들이라 너무 편해서 친구들에게 메이크업을 안 하고 가도 되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친구들은 자신들은 꾸몄다며, 같이 꾸미고 와 오랜만에 사진을 찍자고 했다. (항상 셋 다 쌩얼로 만나서 사진이 얼마 없는 우리) 그렇게 급하게 30분 만에 메이크업을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꿈에도 모르고 친구들을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에... 꽃과 촛불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미국에 있어야 할 아이작이 양복을 입고 서 있었다.
당일 아침에도 아이작과 나는 평소처럼 통화를 했었다. 지금 뭐 하고 있어? 하는 나의 물음에 너무나 태연하게 그는 부모님과 LA에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을 알아보고 초밥을 먹고 카페에 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여기 한국에 있다니.....
아무리 큰 무대에 서도 떨지 않고 당황하지 않았던 내가, 아이작을 보자마자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살짝의 공황상태가 왔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너무 당황해서 신발을 신는 것도 까먹고 맨발로 그에게 달려갔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며 나에게 말했다 "WILL YOU MARRY ME?"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YES! OF COURSE!"
프러포즈받는 게 처음이라 엄청 뚝딱였던 나... 남자가 끼워주는 것도 몰라서 내가 끼려고 했고, 오른손을 내밀었다가 아이작이 왼손이라 알려줘서 왼손을 다시 내밀었다.
나를 잘 아는 지인이라면, 내가 이렇게 뚝딱거리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처음 봤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너무 놀랬고, 현실감각을 되찾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긴장으로 인해 저녁에 어깨가 아파서 잠을 설칠 정도)
YES를 하고 반지를 끼는 순간 1,2,3... 하며 숨어있던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왔다. 놀란 그 와중에 나는 '아 이럴 거면 더 이쁘게 하고 올걸....' 하는 생각을 했다. 쌩얼로 프러포즈받을 뻔했는데 메이크업을 하고 오라고 말해준 나의 친구들에게 무한 감사를.
내 동생들, 친구들, 또 아이작 친구들까지 20명 정도가 모여있었다. 모두가 우리를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준비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감사함이 밀려오면서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너무 감사해서 미안한 느낌. 아이작에게 들어보니 다행히 모두가 엄청 즐겁게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했다. 모두의 합동으로 만들어진 프러포즈 이벤트는 대 성공이었다.
다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셨다. 와인 건베 전에 한마디를 시켜서 나는 말했다. "오늘 이렇게 와줘서 정말 감사하다. 평생 갚으며 살고 싶다" 아이작 친구들은 다 한국에 사는 교포 친구들이었는데 한국어로 한 나의 건배사를 듣고,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말인 것 같다'고 했다.
꿈같은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작의 등장, 사랑하는 친구들의 축복,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꽃과 풍선들, 그리고 빛나는 다이아몬드까지. 특히 다이아몬드는 나는 항상 아이작에게 쓸데없이 다이아몬드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왔으나.. 막상 받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였던 것이었다.
나는 더글로리 '혜정'의 대사를 패러디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 알 큰~~~거 좋아!!!" 근데 정말 알이 컸다. 다이아몬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나지만... 일단 그것은 크고 빛났고 매우 영롱했다.
"프러포즈나 다이아몬드 성대한 결혼식 등등... 아니 그 돈도 많이 들고 쓸데없는걸 왜 해!"라는 태도로 인생을 살아왔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그 돈도 많이 들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련의 것들은 전혀 쓸데없지 않다. 그것들은 인생을 100배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평생에 잊을 수 없는 깊은 추억과 행복을 선물한다.
선물과 편지, 꽃과 파티, 이제 그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도 그것에 에너지와 돈을 많이 쓰며 살아가려고 한다. 최근 내 생일에 축하메시지와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정말 풍족히 행복했던 경험도 이에 한몫했다.
인생 별거 없다. 우리 인생의 '빛나는 순간'들이 가득하다면,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다시 한번 평생에 잊지 못할 로맨틱한 순간을 선물해 준 아이작에게 고맙고, 같이 준비해 준 정주 남경 서윤과 친구들에게 무한 감사를. 고맙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내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만들어줬어요!
드디어 나에게 공식적인 '피앙세 fiancée' 가 생겼다. 이제는 아이작을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He is my boyfriend" 가 아닌 "He is my fiancée" 라고 할 수 있게되었다.
나의 사랑하는 피앙세 아이작,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I LOVE YOU.
#프로포즈
#약혼식
#국제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