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16일 차
입춘대길 청소
1탄
오늘은 우리 집의 먼지를 좀 비워볼까 하네요. 매일 청소는 하는데 그냥 로돌이(로봇청소기)가 한번 지나가고 난 자리를 물 마대로 슥슥 청소끄읏 이게 다 였었거든요. 겨울 내내 눈 왔다 비 왔다 하면서 눈과 비를 맞으며 꾀죄죄한 유리창을 애써 못 본 척 외면하며 지냈는데 봄볕이 창을 비추면서 먼지들이 '엄마 나 여기 있지롱' 하면서 약올리는거 처럼 깨끗한 햇빛을 드럽게 필터링하네요 ㅎㅎㅎ 이건 도저히 외면이 안되네
오늘은 너희들을 없애 주겠어. 체력의 한계상 오늘은 반만 할 거다.!!!
저는 늘 유리창 청소를 하면 목숨을 걸어? 말어를 고민하고 매번 목숨을 택해요. 그랬더니 목숨 안 걸어도 되는 쪽의 유리창까지 닦게 안되더군요. 성격 이상해. 나름 완벽주의자라.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에는 아애 포기하는 이상한 성격유형??! 그 성격을 고쳐야 우리 집이 깨끗해지겠기에 오늘은 그냥 닦을 수 있는 부분까지만 완벽히 닦기를 택해 봅니다.
유리창 이거 은근 힘들어요. 사실 한쪽 닦고 나면 기진맥진. 거기에 창틀에 먼지까지 한 번에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박 박하고 나면 정말 아파트 입주 시 불러주는 준공청소를 부르고 싶다니까요.
다행히 요새 유리세정제는 좋아서 몇 번만 유리창 전용 걸래로 닦아주면 정말 잘 닦여요. 그만큼 독하다는 거겠죠?
역시 좋네요. 당분간은 비가 와도 먼지랑 줄줄 흘러내리지 않겠죠? 와 비 왔으면 좋겠다. 오호! 생각해보니 비가 와도 좋고 햇볕이 비춰도 좋고 둘 다 좋겠네요. 역시 노동은 가치가 있어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잖아요? 몸은 고단한데. 이게 뭐라고 마치 미뤄뒀던 봄을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혹시 춘곤 우울증에 시달리시는 분들 유리창 한번 닦아보세요. 세상이 좀 긍정적으로 보이네요. 그동안 드러운 창으로 세상을 봐서 우울했나 봐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