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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실천 편 17일 차

비우기 17일 차

by 조용해


베란다


하루의 청소에서 매일 가뿐히 무시하고 지나가는 공간… 그렇다고 안 쓰는 공간도 아니면서…

이곳을 정성을 갖고 청소해 볼랍니다 오늘은.


저는 베란다 나가는 거 좋아해요. 내부면서 외부인 우리 집에서의 유일한 공간. 가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저는 베란다에 나가서 커피를 한잔해요. 달달한 캔커피를 들고 외부 공기를 마시며 아래를 내려다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이거든요. 놀이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기 엄마들 그 옆에 꼬물대는 조무래기 아가들, 출근하는 아빠들, 급하게 외출하는 사람들… 이런 모습들을 보면 그래… 사는 게 뭐 있어. 그냥 저들처럼 사는 거지. 그냥 하루를 살면 되는 거지… 저들 속에 섞여 있으면 저도 안전할 것 같다는 힌트를 얻게 돼서요.


이렇게 말로만 최애 공간이면서 공간 정리는 늘 뒷전이었네요 생각해 보니…

역시 예상대로 잡동사니로 가득하군요. 혹시 몰라 모아둔 커다란 박스들 먼지만 쌓여가고 있으니 버려야겠어요. 아이 어릴 때 저 요리 할 때 하도 끼어들어서 지 주방을 사줬었거든요. 그게 여적 있었네요. 박스 뒤에 있어서 몰랐어요. 어릴 적 타던 씽씽이도 버리는 게 났겠죠? ㅋㅋ 가끔 한 번씩 찾아서 뒀었는데 아이에게도 버림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버림의 조기교육을 하면 저보다는 낫게 살려나요?


저희 엄마는 물로 벅벅 잘 닦으시던데 저는 그것까지는 엄두가 안 나고 그냥 먼지 빨아들이고 구석구석 물걸레로 좀 닦았어요.


예전에 신랑이 담배 피울 때는 여기서 한 번씩 담배도 피우고 그랬는데…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하는 거 같아요. 요새는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 피우는 사람 없잖아요? 그리 오래 전도 아닌 거 같은데…


베란다를 보니 커튼도 눈길이 갔지만 엄두가 안 나서 단념.

주방 뒤 다용도실도 청소도구들로 난장판. 안 쓰는 건 버리는 걸로… 아 고단해…


내려다보니 제가 이렇게 빡씨게 청소하는 오늘도 사람들은 일상을 사느라 바쁘군요. 하긴 저도 일상을 살고 있으니까요. 밥 먹고, 자고, 일하고, 청소하고, 시장 보고, 핸드폰 하고, 커피 마시고, 공부 쪼금 하고… 다들 이렇게 사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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