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그 친구의 집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남아공 생존일기

by 제드 Jed

기숙사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무렵,

학교에서 친해진 친구 피터가 주말에

자기 집으로 놀러 오라고 초대했다.


피터 어머니가 기숙사 사감에게 직접 연락해

허락도 받아주셨다.

마치 한국에서 친구 집에 놀러 가던

초등학생 시절처럼 설레었다.


주말, 피터 어머니의 차에 올라타자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기숙사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완전히 다른 남아공이었다.

해안 절벽 위로 고급 저택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피터의 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말문이 막혔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5층짜리 저택.

그중 3층 전체가 피터 혼자 쓰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그의 방엔 바다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가 있고,
그 테라스엔 수영장까지 있었다.


그제야 비로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이 학교에 어떤 친구들과

함께 다니고 있었는지.


그날 저녁엔 피터가 주최한 하우스 파티가 열렸다.
학교 친구들이 여기저기 모였고,

익숙한 얼굴들도 몇 보였다.
“어? 너도 왔어?”
생각보다 많이 반가운 얼굴들.
기숙사와 교실 밖에서 만나니,

훨씬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파티 분위기도 피터다웠다.

자유롭고 음악이 넘쳤다.
기타 연주를 좋아하는 친구여서 그런지,
기타 치는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음악을 연주했다.


피터의 방엔 너바나(Nirvana) 사진들이

가득 붙어 있었고,
그의 음악 취향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친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그들은 종종 자기 집에 나를 초대했고,
나는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캐럴라인이라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평소 조용하고 털털한 아이였는데,
소문으로는 아버지가 남아공에서

두 번째로 부자라고 했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그녀의 집은,
소문 그대로였다.


집 안에는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이

모두 있었고, 헬스장 그리고 마구간도 있었다.

“집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녀?”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대문에서 집까지 골프카트로 이동했다.
나는 말 그대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생각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에 정말 부자 친구들이 많구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교에서는 아무도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캐롤라인은 스타킹에 구멍이 나도

아무렇지 않게 신고 다녔고,
피터는 늘 “민우야, 치킨파이 한 입만” 하며
내 점심을 노리는 ‘한 입충’이었다.


그들의 삶이 내 삶과 얼마나 다른지,

직접 그 집에 가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평생 몰랐을 거다.


기숙사라는 울타리 속에 갇혀 있던 나는,
그들의 초대를 통해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

볼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든 집에서 만나는 친구는,

학교에서보다 조금 더 진짜니까.

그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남아공이라는 낯선 땅에서,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사실은 어쩐지 묘하게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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