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들은 충격의 한마디, ‘부도났습니다’

부도의 충격 속에서도 더 큰 무대를 향하다

by 제드 Jed

압구정 피트니스 클럽에 입사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 가던 시점,

내 이름이 적힌 인사발령 공지가 올라왔다.
'강남점 팀장 – 카운슬러 민우.'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입사한 지 고작 1년,

그것도 신입 티를 다 벗기도 전에 팀장이라니.

주변에서도 놀라움은 컸다.
“민우가 팀장이라고?”
“1년도 안 됐잖아.”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나 자신도 믿기 어려웠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압구정점 지배인님의 강한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내 모습을 좋게 평가하셨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으셨다고 했다.

그 말은 내게 큰 위로이자 자부심이 되었다.


강남점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

마음속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자리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압구정과는 공기가 달랐다.

시설도 한결 단출했고, 화려함도 덜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픈 멤버 중 한 카운슬러가

당연히 팀장이 될 줄 알았던 자리.

그 자리에 내가 갑자기 발령받아 내려앉았으니,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그저 불청객이었다.


처음 며칠은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대놓고 인사를 받지 않는 사람,

회의 시간에 내 말을 끊는 동료,

고객과 함께 있을 때만 억지로 웃는 얼굴.

내가 낯선 자리를 빼앗아 온 사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텃새는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남아공 유학 시절

따돌림을 겪은 경험이 있었다.

그때 이미 배운 것은,

누군가의 차가운 시선에 무너지는 대신,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강남점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하루하루 고객을 최선을 다해 맞이했고,

상담과 투어를 성실하게 이어갔다.

내 방식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조금씩 내 성과가 쌓이고,

고객들이 나를 신뢰하는 모습이 보이자,

팀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며 우리 팀은

매달 목표 매출을 달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갑게만 대하던 팀원들도

“팀장님, 이번 달도 해냈네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같이 회식을 하고, 고객을 함께 챙기며,

우리는 점점 진짜 ‘팀’이 되어갔다.

나를 불편해하던 이들이 좋은 동료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뿌듯했다.

텃새의 벽은 결국 성과와 진심으로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다른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여기까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더 큰 무대를 향해야 하지 않을까?”

압구정과 강남에서 얻은 경험은 값졌지만,

동시에 내 안의 갈망은 더 커져 갔다.


안정된 자리에 머물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현실은 바빴고,

늘 ‘언젠가’라는 말로만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를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사건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에 강남점 지배인님에게

단체 문자가 도착했다.
“오늘은 출근하지 말고 인근 xx공원으로 모이세요.”

순간 의아했다.

‘왜 출근하지 말라는 거지?’

나는 급히 공원으로 향했고,

팀원들에게도 일일이 연락을 돌려 모이도록 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모두의 얼굴엔

긴장과 불안이 가득했다.

그리고 지배인님의 한 마디가 떨어졌다.
“피트니스 클럽이 부도가 났습니다.”


그 순간, 공기가 멈춘 듯했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대부분은 전날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믿기지 않는 소식에 멍해진 얼굴들,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현실이 몰려왔다.

내 전화기는 불이 난 듯 울리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항의 전화를 쏟아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환불해 주세요.”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고객들은 직접 클럽으로 몰려가

환불을 요구했고,

어떤 이는 아예 바벨과 운동 기구를 들고

나가 버렸다고 했다.


클럽 내부는 난장판이었고,

직원들은 출근조차 할 수 없었다.

압구정도 사정은 같았다.


그렇게 화려함으로 가득했던 피트니스 클럽은

하루아침에 붕괴됐다.

럭셔리한 VIP 라운지, 연예인과 모델들이

드나들던 로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첫 직장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

나는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채,

빈손으로 나와야 했다.


그날의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동시에 내 안에 있던 갈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제는 더 큰 무대를 향할 때다.’


압구정의 화려함, 강남의 치열함,

그리고 부도의 충격.

모든 경험은 결국 나를 한 방향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첫 직장은 부도로 막을 내렸지만,

그 무너짐은 또 다른 시작의 신호였다.

나는 다시, 더 큰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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