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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split Aug 17. 2020

비행기 타는 남자

서비스가 서툴어도, 서비스가 능숙해도...

승무원이 처음 본 사람에게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고 항공기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며 안전과 보안을 위한 활동을 하는 행위를 서비스라고 말한다.

이런 서비스에 대해서는 언제나 좋고 나쁨의 결과가 나오는데, 승무원이 평가한 결과와 고객의 평가가 상이할 경우 문제는 발생한다.


승무원이 되면 비행 경력에 따라 하는 일도 조금씩 달라지는데 개인별 능력에 따라 서비스 평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서툴게 서비스하면 고객이 불편해할 것이고, 능숙하게 서비스를 하면 고객이 편안해하며 만족할 것이라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 서툰 서비스라고 해서 고객이 반드시 불편해하고, 능숙한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고객이 만족하지는 않았다.


서툰 서비스가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지만 가끔은 고객의 동정(?)이나 감성을 자극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도 한다.

프로 경기도 재미있지만 아마추어 경기에서 나오는 실수나 예상밖의 행위를 보고 살며시 웃게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조직에 새로 들어온 신입들의 서툼이 가끔 활력이 되는 경우처럼...

반면 능숙한 서비스는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가끔은 고객으로 하여금 강요나 압박을 느끼게도 한다.

어떤일을 너무 완벽하게 깔끔하게 해내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고 대단하게 여겨지지만 마음 깊은 한곳에서 '재수 없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서비스가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서비스 주체인 승무원의 판단보다 서비스 대상인 고객의 감정이나 느낌, 생각에 따라 서비스 평가의 결과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승무원 입장에서는 서툰 서비스보다 능숙한 서비스를 더 조심해야 한다.

서툰 서비스는 말 그대로 실수일 가능성이 크고, 신속하고 진실한 사과를 하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능수 능란한 서비스는 가끔 고객에게 무례하거나 거만 또는 성의가 없는 태도로 보여지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비행 경력이 3년 정도가 되면 고객 불만을 받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규정 절차의 위반보다 승무원의 말투 표정 태도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신입의 티를 벗어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업무의 능숙함에서 나오는 고객이 받아들이는 속도를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경우는 비행 경력이 오래된 사무장이나 고참들에게도 해당이 된다.


고객의 지나친 요구에 감정적으로 응대하거나 규정에 없는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에게 규정을 알려주는 차원보다 가르친다는 뉘앙스는 경력이 오래된 승무원에게서 많이 느낄 수 있다.

고객의 나이나 지위 여부와 상관없이 서비스하는 승무원은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해야 하고, 지시나 요청보다 의향을 묻거나 권유하는 형식의 말투를 길러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친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고객 편의를 위해 다른 승객의 안전이나 편안함을 무시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 상황에 따라서 논리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지시나 명령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서비스 행위 자체는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다만 고객에게 비춰지는 승무원의 서비스 태도가 너무 서툴러서도 안되고 너무 능숙해서도 뭔가 아쉬울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서비스 철학이다.


비행기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승객은 연령대도 다양하고 직업도 천차만별, 여러 국적의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누군가는 비행기에서 밥만 주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겠지만, 나는 승무원들이 밥만 주는 게 아니라 고객의 여행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끌어야 하고 그들의 마음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이제 곧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유니폼을 입고 비행을 할 것이다.

이제 안전과 보안 ,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내 방역도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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