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

이름 불러주기

by 어뉘


내 것




그가 돌려달라고 한 적 없고

그대도 돌려준 적도 없이,

자신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테이블 건너편 마주 앉은 그에게

그대가 하는 질문이,


요즘 왜 그래?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의 사랑에 제멋에 겨웠던 그대가

그대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그에게 저축이라도 해 뒀는데

돌려주지 않는다고 따지는 것과 같다


그대가 그의 사랑을 받았지만,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는 고백이기도 해서,

흔히 사랑을 잃은 바보가

빼놓지 않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그즈음이면 그는 벌써 떠날 준비를 끝낸 뒤,

언제 떠날까를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그의 사랑이 그대에게는 공짜였지만

그 자신에게는 아니라는 것을 자각한 뒤일 터다


그대가 아니면 그대를 사랑할 수 없고,

그대가 있기에 그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사랑은 여전히 그대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혹시 세상과 삶에서 버림받은 듯

두 눈에 눈물을 매단 채

늦은 밤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나오며

무심한 타인들의 시선만 마주친다고

모든 인간을 두고 '나'를 앓을 일은 아니다


솔직히 그런 그대의 사랑앓이는 대개,

그를 더 사랑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가 그대의 사랑을 막으려 한 적도 없다

그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자궁에서 내몰렸던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 또는

하이데거의 '내던져진 존재'를

비로소 자각한 듯

그대 자신을 앓는 건 지질하다


아픈 건 자랑하라 했다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게 앓을 일인가 싶지 않을까


흔히 사랑 때문이라는데, 기실

우리는 사랑을 앓지 않는다

앓는 것은 사랑을 도박처럼 대했던

자신의 이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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