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을 달리 한 권익위의 어느 분을 보며, 언뜻 든 생각이다. 착한 척이라도 해서, 양심고백이라도 했다면 그는 살아 있을 사람이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미시마 유키오의 인간 면모는 잘 모르지만, 그가 쓴 책에 '부도덕교육강좌'라는 책이 있다. 거기 실린 글꼭지 가운데, '남을 괴롭히고 죽어라'라는 게 있다. 반어법적 표현으로, 나름의 자살 회피법을 말하고 있다.
"죽는 마당에 쓸쓸히 죽을 건 뭐냐. 말하자면, 한강다리라도 폭파해서 놀란 사람들 입에 입방아라도 달아주고 가라.
그러려면, 물질의 성질, 화학적 지식, 나아가 폭약을 만드는 법, 효과적인 폭약의 양과 설치 위치 등등..." 배워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골머리를 앓다 보면, 어느 순간 죽으려던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고, 혹시라도 새로운 것에 도취되면 죽음에 대한 충동은 흐지부지되고 죽음에 콧방귀를 뀌지 않겠냐는 것이다.
(미시마 자신도 요란하게 죽기는 했다. 다만 그가 외친 구호와는 달리, 죽는 게 장엄하지는 않았다는데, 미시마가 자신의 배를 칼로 그은 후, 미시마의 부탁으로 입회한 카이샤쿠라고 하는 할복보조자의 어설픈 칼질로 즉사하지 않은 미시마의 몸이 고통으로 온 방안을 휘젓는 바람에 피가 낭자했다고 전해진다.)
여하튼, 그래서 욕 많이 먹는 놈이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혀 틀린 이야기가 아닐지 모르겠고, 웬만큼 살다 가려면, 착한 척이라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특히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