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수 있는 일

생각편의점

일어날 수 있는 일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는 내가

심리적 골다공증에 걸린 것으로

가장 부서지기 쉬울 때입니다

나는 내 연극의 주인공이 틀림없지만,

타인이나 당신의 눈에는,

주어진 상황이나 환경 앞에서

내게 좋은 길을 찾고 있는,

연기엔 그다지 소질이 없는

초보연기자로 보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의 연극을

조금 더 즐겨보는데

거기에는 동정이 있어도, 대개

사랑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요즘 입에 달린 게 사랑인데

사랑이 흔하지 않다는 게

무슨 같잖은 소리냐 싶으면,

지금까지 당신이 사랑을 위해

던져버린 게 있는지 돌아보세요

태생부터 우리는

수 억 마리 정자의 절규 위에

군림한 승자입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강자로

우리는 태어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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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일은,

우리가 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내'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함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된소리를 지르는 관객은

자신을 잘 모르는 겁니다

당신이 세상에 태어날 줄

아는 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신이 당신이 된 것도,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런 희귀한 삶의 관객으로서

모든 삶에게 그들의 무위적

보시(布施)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런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인위적으로 그의 삶을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놀랄 때는 그렇게,

이전까지는 없었던 일을 당했을 때입니다

가슴의 두근거림, 왠지

주체할 수 없을 듯한 그리움, 그리고

그동안 다져왔던 신념이

허접스럽게 생각되거나

버겁다고 여겼던 삶이 갑자기

살만하다고 웃게 되는 것 같은,

그런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포함되었다는 현실에 놀라는 겁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당신을 응원하고,

그래서 당신의 분방함에 관해

지긋이 관대하고 싶지만,

당신 때문에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했다시피, 나는 마음속에

골다공증을 앓고 있으니까요

한편, 당신이 자신에게도 가장

연약하게 되는 때가 있다면, 역시

사랑에 빠질 때일 테니까,

말하자면, 당신이 분명 강자인 것은

나를 사랑하기 전까지라는 겁니다

당신에게 다행인 건, 그렇게

당신이 내게 빠지는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내게

빠지지 않는 일도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 안에,

당신의 사랑은 없고

내가 하는 사랑뿐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요,

당신과 내가 사랑한다는 건

당신과 나의 사랑이 하나가 아니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두 개의 사랑이라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다르다고

물론 당신은 선택지를

하나 더 갖고 있어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당신을 강자로 남게 하는 거지요

그런데, 그게 좋아요?

삶의 연극배우가 아닌.

' 나' 로서 살 수 있는 ,

삶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를 놓쳐요?

(이것도 저것도 다 사랑이라기에...

이 편의점에서 판매할 만한

<사랑해석기>로 읽어봤다

이 사랑해석은 일회용이므로

언제 또 다른 해석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