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숙집 이모 Mar 16. 2020

이모의 오지랖

하숙집 이모가 하는 잔소리?

하숙뿐 아니라 매식도 겸하고 있어 우리 집 밥을 먹는 학생들이 일반 하숙집보다 많이 있다.

이 학생들은 나를 이모라 부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임용고시를 준비하시는 예비 선생님이시다.

이들의 밥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과 기쁨이 있으며 99프로 아주 훌륭한 학생들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그런데 뭔 잔소리를,  쓸데없는 오지랖이지만 우리 학생들 뿐만 아니라 사회로 나가야 할 나의 아들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인사를 잘하자.

어서 와~~.   안녕하세요.

맛있게 먹어요.  잘 먹겠습니다.

고마워, 자 알가. 잘 먹었어요, 안녕히 계세요

이것이 나와 학생들이 나누는 기본 인사다.

그런데 가끔 정말 가끔 눈도 안 마주치고 음식만 들고 가는 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으니까 낯설으니까 그러려니 이해가 되지만 한두 달 지나서까지 그러면 조금 민망하다. 그저 지나치는 식당이 아니라 매일 밥 먹으러 오는 집인데 인사는 트고 살아야 하지 싶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께 인사를 하라고 가르친다. 주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쩌다 외부인 일지라도 우리 아파트에 일이 있어 오셨으니 모두에게 인사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친다.

인사는 서로의 마음을 열어주고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상대방에게 문의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자신이 누군지 왜 문자를 보냈는지 또는 전화를 했는지부터 말해라 

'자리가 있을까요' 밑도 끝도 없이 문자가 온다.  대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네~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학생만 받습니다.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등으로 답변을 드리기는 하는데 참으로 애매한 경우가 많다.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인데요. 혹시 밥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이렇게 문의하면 자리가 없어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들들에게 문의 할 일이 있을땐 "너를 밝히고 정중하게 부탁을 드려라"라고 말해준다.


이왕이면 웃는 낯으로 말해라. 부부가 함께 일을 하다 보니 24시간 붙어 지낸다. 그래서 가끔 심하게 싸울 때가 있다. 학생들을 맞이 할 때 표시 내지 않으려 조심한다. 그런데 어떻게 숨기겠는가. 몇 해 전에 우리 부부를 무장해제시키는 분이 있었다. 목소리는 경쾌하려 애쓰는데  눈이 부어 있었던 날이다.

"이모 싸우셨어요. 눈이 부었어요" 진짜 조카가 물어보는 느낌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심각한 상황에서 난 빵 터졌고 "아저씨 때문에 울었어" 했다. 남편은 "이모가 자꾸 혼내" 조카에게 일러바치듯 말한다. "아 싸우셨구나!" 화창하게 웃는 얼굴로 말하는 이분 덕에 어디에 털날뻔 했다. 어느 날에는 "아저씨 오늘도 혼나셨어요?" 라며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말로만 들으면 선을 넘은 것 같겠지만 그 환하게 웃는 낯을 보았다면 나의 무장해제에 100프로 공감할 것이다. 그런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평소 밝은 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대했기 때문이다. 


별것도 아닌 이야기 한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또 욕심이라 말하리란 것도 안다. 이보다 더 훌륭한 학생들 드문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를 이모라 부르고 내 조카 같으니 하는 말이다. 사람을 대하는 기본이 인사, 예의, 웃는얼굴 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딱 오지랖스럽다.

글을 쓰다보니 환하게 웃던 그분과 그림과의 그 무리들이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정임이의 막걸리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