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이번 주말도 외출을 했다. 사설 탁구장에서 탁구 대회가 있어 참석했기 때문이다. 몇 명이 참석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8등이란다. 일부러 몇 명이었냐고 묻지는 않았다. 굳이 물어 자존심을 깎을 필요는 없으니까. 가기 전에는 순위권에 들면 닭을 사 오겠다 큰소리쳤었는데, 하루 종일 비워 미안했는지 결국엔 치킨을 사 왔다. 나는 자유시간이 생겨 좋고, 저녁을 안 해서 좋은 하루였다. 남편이 치킨을 먹으며 이야기를 한다. 한 명은 선수 출신이었고, 한 명은 이번 대회 1등인 사람과 경기를 뛰었다고…. 결국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냥 웃어 주었다. ‘그래, 운이 안 좋았다는 거잖아?’ 하면서…
신나게 탁구를 치고 와서는 3일째 곡소리가 난다. 하루 종일 경기를 했으니 허벅지며, 허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 나가 놓고선 곡 소리를 내는 게 듣기 싫지만, 늙어서 취미생활 없이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두 내외가 옥신각신 하는 것보다는 낫다.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참기로 했다. 그래….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남편이 계속해서 탁구를 배우라고 야단인데, 굳이 배우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정말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 탁구 치면서 하루 종일 붙어 있을 힘도 없지만, 그 많은 시간 같이 할 자신도 없다.
남편은 이 밖에도 많은 취미가 있다.
술은 안 해도 담배를 한다. 그냥 담배도 아니고, 잎담배를 핀다. 처음엔 종이에 말아 피우시더니, 이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파이프 담배도 한다. 대략 20분 정도를 지긋이 앉아서 핀다. 참…
낚시를 좋아한다. 남편을 안 세월만 30년이 다 돼가는데 제대로 된 고기를 잡은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없는데도 낚시를 좋아한다. 신기하다.
요리도 좋아한다. 난 생존 요리를 하지만 남편은 좋아하는 요리를 한다. 생존 요리와 좋아하는 요리는 메뉴의 가짓수부터가 차이가 있다. 난 밥하기가 싫으면 집을 정리 정돈한다. 그럼 남편이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한다. 이래저래 우리 집은 분업화가 잘 되어 있다.
기타도 친다. 뭐 수준급은 아니지만 악보를 보고 치는 정도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음악이 되는 정도라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기도 한다.
요즘은 아들들보다 더 많은 시간 게임을 한다. 저 플스를 분명 아들들 용돈으로 샀는데,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산다. 참 아들들 잘 두어 행복한 아버지다.
나는 그에 비해 딱히 하는 것이 없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한 달에 한번 정도 올리는 정도가 최근에 생긴 큰 취미 중에 하나이다. 그나마 이 코로나 시대에 쓰기라도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글쓰기가 생긴 후로는 갑자기 집에서 화가 치민적은 줄어들었다. 연관성이 뭘까 궁금했는데, 얼마 전 퇴근길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오프닝 멘트를 듣고는 이해가 되었다. 쓰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1년 사이에 내가 많은 치유를 받았던 거 같다. 일단 글쓰기를 통해 몰입을 할 수 있었다. 나의 대한 몰입을 통해 회사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작은 심란함 등을 떨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해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1년간 쓴 글을 얼마 전 마무리했다.
해가 갈수록 근무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심란함이 나를 지배해 두통과, 수면장애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그렇게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고 ‘배캠’의 오프닝을 듣고는 또 다른 글쓰기 거리를 찾았다. 그리고 난 다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또 다른 취미가 있긴 했다. 한 달에 한번 대학 동아리 사람들을 만나, 연극 대본을 한편 읽고 밥 먹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는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가까이 모임을 못하니, 자유롭게 만났던 그때가 그립기만 하다.
연극을 못하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나의 보통의 취미이다. 요즘이야 워낙에 OTT 서비스가 잘 되어 있어, 틈만 나면 실행해 이어보다 보니, 웬만한 드라마는 직장인인데도 일주일이면 끝냈다. 내가 늙었나 보다, 그렇게 정주행 하다 보면 체력이 고갈되어 직장생활이 쉽지 않다. 그래서 한 드라마를 보고 나면 보통 일주일 가량 쉬고, 영화를 봐도 하루에 2편 이상은 보지 않는다. 보는 행위 또한 몰입을 심하게 해서인지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편과 나는 취미가 전혀 다르다. 난 주로 정적이며 움직임이 덜한 것을 찾고, 남편은 나가서 하거나 집에 있어도 움직임이 필요한 일들을 즐겨한다. 전혀 다른 취미 중 하나 공통된 것은 여행.
둘이 의견 일치가 되는 지점이 그 부분이다. 딱히 여행 계획을 철저히 짜지도 않고, 맛집 기행을 하지도 않는다. 가방의 짐은 가볍게 하고 일단 떠나본다. 가서 좋은 곳이 있으면 좀 더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뭐 큰 불만 없다. 그런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비슷하다. 그렇게 좋은 곳은 찾아서 이곳저곳 많이도 갔다 왔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들여 가지 않는다. 캠핑을 주로 많이 하다 보니, 일반 숙소가 썩 좋지 않아도 우리한테는 호텔인 셈이다.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저렴이 숙박시설을 이용하다 보니 기본 적으로 체류비가 적게 든다. 그러면 맛집 기행이라도 할 테지만, 줄을 쭉 늘어서서 기다리는 것은 또 못한다. 그것보다는 초등학교 주변에 손님이 많은 곳을 간다. 그런 곳이 진정 맛집인 것은 얼마 전에 알았다. 맛도 좋고 값도 싸다.
우리 부부는 동갑이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퇴직 연도는 같은 해에 하겠다 약속을 했다. 퇴직 직후에는 여기저기 유람하듯 여행을 갈 계획이다. 서로 다른 취미 중 같은 하나로 남은 노후 생활을 즐길 듯하다. 그렇다고 취미가 꼭 같을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서로 인정하고 지지해주면서, 나의 취미를 가꿔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니 말이다.
같이 유람하듯 여행 중에도 그곳에서 나의 할 일을 하고 있을게다. 24시간 같이 있기보다는 내 시간이 있는 것이 꼭 필요하니 말이다.
얼른 퇴직을 하고 싶다. 지금은 집 대출에 애들 학원비 등으로 돈 나갈 일 투성이라 더럽고 힘들어도 다니지만 준비된 퇴직 후에는 정말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며 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