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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험가 Aug 21. 2020

죽은 나의 개를 기억하는 방법

에필로그

   2017년 6월 29일 아침에, 16년간 우리 가족과 함께 한 코카 스패니얼 비니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생전에 많이 아팠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아무런 고통 없이 그 다리 앞에서 평생 함께 지냈던 가족들을 기다린다고 한다. 진짜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평소에 자주 찾던 산에다 뿌려주었다.    

 

  그날 오후, 집에 오자마자 모든 흔적과 체취를 지워버리려 했다. 비니를 빨리 잊어야 했다. 가족들 삶에 너무나 많이 들어온 비니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나오는 비니의 털 때문에 완벽히 털어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비니를 잊기보다는 기억하기로 했다. 어차피 뇌의 깊은 서랍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고, 비니와 연관된 곳이나 상황이 오면 끄집어낼 테니까.     


  글을 써 보고자 했다. 비니가 어렸을 때 간혹 올리던 블로그의 짧은 글들과 사진을 보며 추억을 되살렸다.     

  글을 쓰면서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굳이 미사여구를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적어 내려갔고. 조금씩 수정을 하고 그랬다.     


  비니의 천방지축 엉덩이가 떠올랐고, 밤을 괴롭히던 경련이 되살아났다. 아프기도 했지만, 치유되어갔다. 이제 진짜로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     


  지난주 비니를 뿌려준 곳에 올랐다.      


  그곳은 나무들이 빙 둘러싸서 하늘이 둥그렇게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낮은 풀들이 자리 잡아서 풀벌레들이 많고, 그 벌레들을 따라 산새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겨울로 접어든 지금, 나무들이 옷을 다 벗으니 그 너머로 아랫동네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다. 비니와 우리 가족이 살았던 동네다.     


  비니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가서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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