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을 외할머니댁에서 보냈다. 큰 문제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겼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산 것은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관심받고 싶은 존재와 떨어져 지내면서, 사랑받는 것이 낯선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말도 많고 활발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문이었을까, 가족들과 같이 지내고부터 소심해지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내가 말을 하면 모두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어느 정도 큰 후에야 깨달은 것은 내가 대인기피증 증세가 있었던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증세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때때로 다들 나를 보고 수군거린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면서도 나는 누군가의 사랑에 목말랐다. 애정결핍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했다.
관심과 사랑에는 목말랐지만, 사랑을 받는 법은 몰랐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싶지만, 나는 그랬다. 삼 남매 중 둘째로 자라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넌 동생이니까, 넌 누나니까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럴수록 나는 누군가 내게 화를 내도 늘 참는 버릇이 생겼고,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였다. 그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도 달라지지는 않았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았던 나는, 몇 번 되지 않는 만남이었지만 늘 나를 좋아해 주지만 나와 맞지는 않는 사람과 만났다. 그래서 늘 '너 왜 그런 사람을 만나? 네가 아까워'라는 말을 귀가 아플 정도로 들었다. 친구들의 말처럼 나는 늘 다 잡은 물고기 취급을 당했다. 사랑받을 줄 알았지만, 전혀 사랑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늘 똑같은 실수를 했고, 좋지 않은 결말에 상처를 받기 일쑤였다. 그럴 것을 알면서도 바보같이 반복하기 일쑤였다.
사랑받는 것도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랑받는 것.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도 방법을 알아야 한다.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모든 것이 어렵다. 상처가 많아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작은 계기만으로도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세상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조금씩 사랑받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떻게 다시 사랑을 주는지까지도 알아가야 한다.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늘 미숙하다. 제대로 사랑을 주지도, 표현하지도 못한다. 사랑받는 것이 가슴 벅차고 기쁘지만 익숙지 않아 늘 미숙하다. 미숙한 사람이 능숙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거쳐 사랑받는 것이 익숙해지기를.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