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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Apr 14. 2021

이별의 무력감

 딱히 별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누적된 출근으로 피로도 누적되어 몸이 무거웠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느 때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힘은 들었지만, 하루가 끝났다는 행복감은 있었다. 미적지근한 바닥에 몸을 뉘일 수 있다는 행복감.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선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도 없는 집이 주는 썰렁함이 이상했다. 부엌의 불이 옅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매번 보던 풍경인데도 찝찝하고 낯선 기분이었다.

 

 나는 예감이라거나 육감 같은 걸 믿지 않는다. 눈치도 조금 없고, 내 앞길도 모르겠는데 그런 걸 믿을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뭔가 잘못된 느낌. 혹은 잘못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항상 마음이 놓이던 공간이 서늘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엔 그랬다. 그 느낌이 맞았고, 상황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 끝에 하게 된 통화는 그런 소식이 있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겹다. 수많은 종류와 방식의 이별을 겪어도 그렇다. 그 수많은 상황에도 마음이 아프고, 종종 허망하기도 하다.

 그 이별이 누군가의 죽음이라면 더욱 힘들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믿어야만 한다는 것에서 오는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든 먼 사람의 죽음이든 똑같다.


 붙잡고 있던 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랬다. 난생처음 겪은 누군가의 죽음이었으며, 게다가 가까운 사람이었다. 얼굴도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무겁고,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눈앞에서 항상 무섭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 그러다가도 괜찮다는 듯이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누구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냥 평생을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까. 언제가 되어도 담담할 수 있게 마음을 굳게 먹는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되든,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그 어두운 공기와, 난생처음 본 실체를 가진 죽음이 주는 무거움을 잊을 수 없다. 끝끝내 참던 눈물을 터뜨리던 사람의 뒷모습도, 그 울음소리도 잊을 수 없다.

 그 마지막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모두 원망스러울 것이다. 나 또한 그럴 수밖에 없음에 무력함을 느낄 뿐이다.


 한 사람의 기나긴 역사가 그렇게 스러졌다. 많은 일들을 겪었고,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사람이었던 한 사람의 세월이 뜨거운 불에 태워졌다. 아쉽지 않은 삶이었기를. 매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아도, 불행하지만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내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아,
 그곳에선 평안하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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