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해야 하는 것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를 시작한다.
난 눈은 뜬 오늘의 시작이 남들처럼 평온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함과 우울함에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날에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들 속에 함께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어딘가에 사로잡혀 갇혀있는 듯한 기분에 불안함으로 거친 숨을 급하게 몰아쉰다.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벼락을 맞는듯한 기분이 들어 사람들을 피하고 싶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의 안부를 묻고 내 옆에 찾아와 위로를 건넨다.
난 제발 오늘 하루에 어딘가에 갇혀 있는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수렁 속으로 밀어 버리는 듯하다.
나에게 건네는 위로가 내 귀에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건네는 위로가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난 숨 쉬는 것이 버거워진다.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서 건네는 위로인지, 나를 걱정해서 건네는 위로인지 그건 지금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고, 내 주변으로 찾아든 사람들이 나를 더욱 위축시키며, 어떤 위로도 위안도 주지 않는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을 피하고 싶은데 그들은 왜 계속 나에게 찾아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의 나를 공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그 어떤 위로도 되지 않으며, 나는 아무런 공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두려워진다.
내가 누워 있는 곳에서도 나를 억압하는 듯한 기분이 긴 밤을 견뎌내야만 했다.
이런 내가 나 스스로 위로를 건네지 못하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견디고 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진다.
그것이 일상이라 생각하며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지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낯설어 불안해지고, 그 낯선 순간에 주저앉아 모든 것이 내 주변에서 사라져 버리길 바란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의 오늘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그리고 나의 오늘이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 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한발 내딛는 것도 용기가 없다.
누구나 나에게 “그럴 수 있으니 괜찮다”라고 말을 건네지만, 난 결코 지금이라는 오늘이 공감하지 못하는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런 두려움을 안고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그곳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웅성거림에 나는 조금씩 천천히 두려워지고 그 두려움에 공포로 찾아든다.
나 스스로 익숙한 듯 낯선 곳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갇혀있든 그렇게 오늘 하루도 보낸다.
나는 잃어버렸다.
나는 지금 자존감을 잊어버렸다.
자존감이 무너지니 나를 돌볼 수 없었다.
나를 지켜낼 자신이 없는 것이 나 스스로 가져야 할 자존감을 잃어버렸고, 그 잃어버린 자존감이 나를 무너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잃어버린 자존감 때문인지 난 무엇도 선택할 수 없으며, 진정 나에게 맞는 것인지 그것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에서 잃어버린 물건이라면 그 잃어버린 것을 찾으면 되고, 아니면 다시 나를 위해 살면 된다.
내가 잃어버린 자존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오늘이 두려움과 공포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자존감이란 내가 지키고 내 안에 간직해야 하는 것을 누구도 말해주는 이는 없었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으로 내 몸이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고, 어딘가에 갇혀 있는 두려움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이미 잃어버린 내 자존감이 나를 일어나게 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난 지금이라도 쓰러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상태이다.
누구도 없는 곳에서 난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눈물 흘리던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혼자 숨어서 오랜 시간 동안 눈물 흘리며 무너지고 있는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수없이 많은 순간들 잃어버린 그 무언가로 무너지는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없었다.
어쩌면 일어날 생각을 못 하고 있는 것이 자존감을 잃어버린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난 혼자 있고 싶었다.
혼자인 시간에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고 있다.
사람들 기억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길 바라는 마음에 혼자 있고 싶었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지금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난 조용히 혼자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고, 혼자 있는 시간이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고 천천히 사람들 기억 속에서 내가 지워지길 바란다.
어쩌면 이전부터 나는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나는 지워지길 바라는 날들이 많아진다.
혼자 있는 것이 누군가에 간섭도 공감하지 못하는 위로도 없이 조용히 나를 가둬둘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난 사람들이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도 갇혀 있는 듯한 억눌림에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다.
혼자 있는 것이 잠시나마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
혼자 있는 곳에서는 내가 눈물 흘려도 사람들을 피해 숨을 필요가 없었으며, 주변에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난 지금 갇혀 있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든다.
혼자 있기를 원했지만, 혼자 있는 지금이 사람들과 함께하던 두려움과 공포와는 전혀 다른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든다.
눈물이 멈춰진 순간 난 잠시 나를 가두던 곳을 벗어나 이미 어두워진 길을 걸어본다.
찾아야 하는 오늘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두운 길에 누구도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없어 잠시 자유로움을 느낀다.
한걸음 한 발짝 걸어갈 때마다 내 뒤를 돌아본다.
나를 따르는 이가 없는데 무언인가 내 뒤에 있는 듯한 기분에 몇 걸음 걷다 뒤를 돌아본다.
도대체 내 뒤에 따르는 것이 무엇인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일 수 있지만, 무엇이 내 뒤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내 뒤를 무엇인가 따르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두려움 느낌도 없이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두려움 없이 보이지 않는 그것이 내가 잃어버린 나의 자존감이길 바라는 마음이 순간 찾아든다.
내가 잃어버렸던 자존감이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다.
항상 내 주변에 있었으며, 내가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고 나를 위로하고 싶다.
나를 지키는 것이 나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언제든 자존감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난 오늘 이 어두운 거리에서 찾으려 한다.
눈물로 지내오는 시간 속에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는 오늘이기를 바란다.
한걸음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두렵지 않은 무언인가 내 뒤를 따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바라보는 느낌이 좋다.
사람들이 건네는 공감하지 못하는 위로와 눈빛과는 전혀 다른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느낌이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 준다.
가는 걸음을 멈추지 못하겠다.
빠르지 않지만 천천히 걸으면서 내 뒤에 따르는 그것이 무엇인지 결코 싫지 않았다.
뒤를 돌아봐도 보이지 않는 그것이 아무런 말도 어떤 모습도 없는데 나에게 위로와 공감을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전해준다.
난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이젠 내 뒤에 따르는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 진다.
기다림이 필요하면 기다릴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내 뒤에 그것이 무엇인지 난 기다리고 싶어 진다.
그것은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아니 믿고 싶다.
어쩌면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하고 있었는데, 내가 나를 가둬서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찾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오늘을 지나가기 전에 나는 찾고 싶다.
내일이면 내 뒤를 따르는 그것이 지금보다 멀리 있을 것 같은 두려운 생각에 지금 난 그것을 찾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 뒤에 따르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찾으려 한다.
나를 위해,
두려움에서 나 자신이 멀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흐르던 눈물이 멈추고 편안함이 나에게 찾아온다.
내 마음에 무언가 무거웠던 짐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내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무엇을 하든 나를 먼저 챙기고 싶어 진다.
나에게 상처를 만들지 않고,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를 챙기고 싶어 진다.
나를 챙기고 보살피면 분명 내 뒤를 따르던 그것이 나를 더욱 자유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직은 사람들 속으로 걸어가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움츠리지 않으며, 그렇게 조금씩 물들어 가보려고 한다.
타인이 아닌 나를 보살펴야 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 한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내 뒤를 따르던 보이지 않았던 그것이 조금씩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 뒤를 따르던 그것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나를 더욱 보살펴야 하는 것을 메아리처럼 마음에 울려 된다.
이제 피하지 않으려 한다.
두려움과 맞서 싸울 자신은 없지만 이겨보려 한다.
눈물 흘리는 날이 쉽게 없어지지 않겠지만, 견디어 보려 한다.
나 자신을 보살피며 그것들에서 견디고 싶어 진다.
지금까지 피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다.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그 빈 공간으로 두려움이 찾아왔고, 그 두려움에 눈물 흘리던 날들이 찾아왔다.
이제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살피며 내 뒤를 따르던 것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 잃어버린 것을 찾으면 내 빈 공간에 찾아온 두려움과 눈물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것들을 빼낼 수 없지만 내가 나를 보살피고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난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 한다.
나의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알아야 한다.